제목 : 어떤이야기
작가 : 아이네스
메일주소 : eunppo@hanmail.net
티스토리 : http://eunppo.tistory.com/
못쓴 글이긴 하지만 불펌금지인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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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2003년도에 쓴 소설이네요.
창피해서 다시 읽어보고 싶진 않지만
13년전에 내 열정은 그대로 간직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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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이야기
#1.
한 겨울에 네온사인으로 가득한 시내 한복판을 나 혼자서 터덜 터덜 걷고 있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간판들 사이에 '실루엣'이란 이름의 카페를 찾아냈다.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몇번이나 찾아 왔지만 가게는 항상 단단히 닫힌문만 나를 반길뿐이었다.
오늘은 왠일인지 파란색 간판안에서 오렌지빛 불빛이 밝게 비추고 있었다.
난 한참을 간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카페가 있는 10층건물에서 3층안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카페안에는 희미한 불빛이 반갑게 느껴졌다.
내가 카페안을 바라보고 있을때 어던 남자가 내쪽을 향해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다.
뭐라고 소리를 치며 달려오고 있었지만 주위엔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 그 사람들은 그 남자에게 관심이 없는듯 했다.
남자 : 윤지원~! 윤지원~!
나를 부르는것 같았아.
어둠과 진눈깨비 덕분에 그가 누군지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남자 : 지원아~!
나 : 어? 깡통 왠일이냐?
남자 : 요요가 어떤 놈들한테 끌려갔어. 아마 깍두기 같아.
남자는 '실루엣'에서 만난 친구였다.
별명은 깡통인데 본명은...
잊어버렸다.
별명으로만 부르다보니....
그는 나와 같은 중학교를 졸업했다.
그것도 오늘...
난 깡통과 함께 요요가 끌려간 곳을 찾아 갔다.
요요는 눈이 동그랗고 예쁘게 생긴 여자앤데 깡통과 항상 같이 붙어다니는 착한 아이였다.
나 : 요요가 왜 깍두기에게 끌렸데?
깡통 : 깍두기중 한명이 요요에게 계속 찝쩍대길래 요요가 뭐라고 했나봐....
깡통은 말끝을 흐렸다.
요요가 걱정된 모양이었다.
깡통에게 '오빠, 오빠'라고 하며 깡통가는데 붙어다니던 요요였는데 혹시 무슨일이나 당한건 아닌지 불안해 했다.
아마 요요를 많이 좋아하는것 같았다.
나 : 근데 요요가 끌려간걸 어떻게 알았어? 너도 같이 있었냐?
깡통 : 같이 있었던건 아니고 내가 영화같이 보자고 불러냈는데 아까 졸업식장에서 운애 있잖아. 그 왕따애... 뚱뚱하고...
나 : 아... 그 곰탱이? 근데 그 애는 왜?
깡통 : 그애가 요요를 좋아하잖아.
나 : (중간에 끼어들며) 그랬어?
깡통 : 에이. 몰라... 암튼 그애가 봤다는데 그것두 뒤에 숨어서...
나 : 제길... 그 곰탱이 자식 나중에 보면 면상한번 갈겨줘야겠다.
우린 실루엣에서 현대극장가지 뛰어서 20분거리를 10분만에 도착했다.
나 : 어느쪽으로 끌려갔어?
깡통 : 극장뒤로.... 아마도....
나 : (주위를 두리번거리며)넌 오른쪽으로 들어가. 난 왼쪽으로 들어갈께.
깡통 : 왼쪽은 길이 좁아서 위험하잖아. 사람들도 없을텐데...
나 : 그럼 니가 갈래?
깡통 : (고개를 저으며) 아니....
나 : 중간에서 만나자. 조심해. 그리고 요요는 니가 잘 챙겨라...
깡통 : 알았어...
깡통은 불안해 하며 대답했다.
나 : 나 믿지?
깡통 : (고개를 끄덕이며) 으......응......
나 : 이번은 힘들꺼야. 내 예상이 맞는다면 저들은 조폭ㅇ리테니깐... 그리고 아직 저기에 있는지도 모르고....
깡통 : ......
나 : 나중에 실루엣에서 만나자. 작별인사도 해야지...
깡통 : 작별인사?
나 : 나 고등학교 대전으로 간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할께.
깡통 : 조심해...
나 : 그래... 알았어... 너두 조심해라...
깡통은 불안한듯 계속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오른쪽 길로 극장뒷편으로 들어갔다.
난 외투를 벗어서 극장 옆에 있는 고철더미 속에 외투를 숨겨두었다.
그리고 바주주머니에서 검은색 빵모자를 찾아내 내 긴머리를 모자안으로 숨겼다.
나는 '이번이 마지막이다.'라며 속으로 한번 얘기한 후 한숨을 크리 들이쉬고 내쉬었다.
난 빠른 속도로 왼쪽길로 극장뒷편으로 들어갔다.
#2.
나 : 헉! 헉! 헉! (숨을 고르면서) 치사한 자식들... 칼을 쓰다니....
난 갑작스레 왼쪽 어깨에 칼을 맞았다.
다행히 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피가 많이 났다.
요요는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고 아까 그 자식들에게 맞았는지 얼굴엔 상터 투성이었다.
깡통이 돌봐줄꺼란 생각에 요요걱정은 그만 하기로 했다.
사실 요요보다 더 중요한건 아까 그 자식들이 날 뛰쫒고 있다는 점이다.
난 시내를 서너바퀴를 돌고 난 뒤 다시 극장 앞으로 갔다.
그리고 극장 옆 고철더미속에 숨겨두었던 외투를 찾아 꺼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아무도 없는지 확인하였다.
겉에 찢어진 검은색 스웨터를 벗어 던졌다.
안에 입은 하얀색 블라우스가 붉은 피로 젖어 있었다.
어떻게 하던 지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까 입고 있었던 스웨터를 길게 펴(사실 찢으려 했으나 스웨터가 너무 두꺼워서 잘 안찢어져서 포기했다.) 어깨 상처부위를 묶었다.
그리고 외투를 다시 입고 빵보자를 벗어 긴머리를 늘어뜨렸다.
그리고 시내쪽을 향게 아무일 없었던것 처럼 걸었다.
구제 청바지가 아가 싸우면서 뒹굴어 지져분해졌어도 그렇게 티가 많이 나진 않아보였다.
외투안의 흰 블라우스는 하얗게 빛나고 있었으나 스웨터로 묶은 상차는 욱신거리고 쓰라리긴 했지만 컽으론 그다시 표나지 않았다.
한쪽 팔이 심하게 뚱뚱해 보이는거 같아 왠지 어색해 보였다.
하는수 없이 약국에 들려 압박붕대 하나를 사고 약국 화장실에서 스웨터를 풀어 붕대로 대충 감았다.
스웨터는 심하게 찢어져 있었고 피가 많이 묻어 있었다.
스웨터는 약국앞 쓰레기통안에 던져놓고 난 '실루엣'을 찾아 나섰다.
실루엣 앞에 다다르자 아까 그 남자들이 실루엣 앞에 모여 서로 얘기를 하고 있었다.
검은 정장을 한 두명은 바닥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사복을 입은 세명은 서있었다.
난 그냥 지나치는 척 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남자1 : 아까 그자식 진짜 세더라. 아까 한방 먹는데 정신이 아찔했다니깐.
남자2 : 난 그렇게 날라다니는 애는 처음이었어.
남자1 : 근데 그애 남자야? 여자야?
남자3 : 당연히 남자지...
그때 앉아서 담배피던 남자중 덩치가 커보이는 남자가 입을 열었다.
남자4 : 내 생각엔... 실루엣 같은데... 김재환. 넌 어떻게 생각하냐?
남자5 : 실루엣 맞아. 근데 얼굴을 보지 못해서 아까웠어.
실루엣...
난 최대한 여기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다행히 내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큰일이었다.
그들을 일부러 나를 찾았던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요요를 이용한것이고...
그런데...
김재환....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본듯한 얼굴이었다.
서있었던 세명은 분명 세원고 학생들임이 분명했지만
앉아 있던 두명은 어디서 봤는지 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김재환...
이름은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얼굴...
낯이 익었다.
그의 얼굴이 낯이 익다는것이 아니라
그의 얼굴에 난 상처...
그 상처가 낯이 익었다.
왼쪽 이마에 난 's'자 모양의 상처...
일단 난 실루엣으로 가는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가기로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깡통에게 문자를 남겼다.
- 나 집에 있을테니 집으로 와라. -
집앞까지 도착한 나는 편지함에서 열쇠하나를 찾았다.
그리고 대문의 자물쇠안에 열쇠를 집어 넣어 살짝 돌렸다.
대문은 '철컥'하는 소리를 내며 나에게 들어오라는듯 살짝 열렸다.
대문안으로 들어가자 나란히 서있는 향나무와 동백나무, 측백나무들이 나를 반겼다.
그리고 나무들 끝에 서있는 건물을 보니 마음이 한결 편해 졌다.
현관 안으로 들어가 수원이네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 후 이층으로 올라갔다.
갑자기 어깨의 상처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난 상처부위를 잡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수원이가 내 컴퓨터로 포트리스를 하고 있었다.
나 : 수원아, 영원이 오빠좀 불러줘.
수원 : 너 또 싸웠냐?
나 : 시끄러워. 빨리 불러
수원 : 지지배가 맨날 싸우기만 해.
나 : 자꾸 입놀리면 맞는다.
수원 : 알았어... 형~~!! 형~~~!!
수원이는 방 밖으로 나가며 영원이 오빠를 불렀다.
영원이 오빤 언제나 그렇듯이 약상자를 가지고 내 방안으로 들어왔다.
나 : 미안해.
영원 :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근데 이게 뭐냐?
나 : 일이 그렇게 됐어.
영원 : 칼에 찔렸냐?
나 : 응
영원 : 상처가 깊진 않은데 피가 많이 흘린거 같다. 당분간은 조심해라.
나 : 알았어.
수원 : 지원이 오늘 졸업빵 심하게 맞았네....
나 : 지퍼 닫아라....ㅡㅡ+
수원 : 미워.... ㅠ.ㅠ
나 : 뚝!!
수원 : 뚜....욱....
의대생인 영원이 오빠 덕분에 상처는 덜 아팠다.
소독을 할때 상당히 심하게 쓰라리긴 했지만 아까보다는 한결 수월했다.
갑자기 우당탕탕 거리며 계단 오르는 소리가 나더니 깡통의 목소리가 들렸다.
깡통 : 수원아~ 형아 왔다.
수원 : 어~ 이~ 깡통 왔는가?
깡통과 수원은 X알 친구였다.
중학교는 서로 달라도 이번 고등학교는 같은 학교로 간다고 했다.
수원과 깡통은 세원고에 가기로 되어있었다.
나 : 요요는 괜찮아?
깡통 : 응. 좀 맞았긴 했지만 괜찮은거 같아. 금방 집에 데려다 주고 왔어.
나 : 그래... 잘했다. 요요네 할머니는 뭐라 안하시니?
깡통 : 졸업빵 맞는 선배 도와주다가 계단에서 굴렀다고 했어.
나 : 그래 잘했다.
우린 한참을 아무말없이 앉아 있다가 수원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수원 : 무슨 일 있는건지 말좀 해봐라.
깡통 : (내 눈치를 보며) 요요가 어떤 놈들에게 끌려갔었어...
수원 : 너 눈 왜그러냐?
깡통 : 아니... 그게.... 그놈들이 일부러 지원이 잡을여고 요요를 끌여드린거 같아. 아마 세원고 놈들 같아.
수원 : 미친놈들 아냐? 세원고 남고잖아.
깡통 : 이번 신입생들부터 남녀공학으로 바뀐데... 그래서 지원이 잡으려는거 같아.
수원 : 제길... 그런데 지원이는 대전 간다.
깡통 : 아까 지원이도 그러던데 대전엔 왜가는데?
수원 : 손 씻는다는데... 그 버릇 어디가겠냐? 대전가서도 쌈질만 하겠지... 끌끌끌...
나 : 너 우리 고모 아들만 아니었어도 내 손에 죽었어...ㅡㅡ+
수원 : (겁먹은 척 하며) 어구구... 무셔...
깡통 : 지원이 너... 꼭 가야되냐?
나 : 웅... 대전에 있는 외 할머니 댁에 갈여고...
깡통 : 그냥 여기 있어라
나 : ......
깡통 : 그냥 여기 있으면서 조용히 지내면 되잖아.
수원 : (갑자기 끼어들며) 야! 저 지지배 성격에 가만히 있을꺼 같냐? 어림 반푼어치도 없지...
나 : 강수원... 너 자꾸 시부랑 거리면 입에 지퍼 달아버린다...
수원 : 미워...
나 : 꼭 할말 없으면 '미워'라고 허더라....ㅡㅡ^
깡통 : 윤지원... 내생각엔 너 그냥 여기 있으면 좋을것 같다.
나 : ....... 왜?
깡통 : 속담에 '등잔밑이 어둡다.'라는 말이 있잖아.
나 : 근데....?
깡통 : 그냥 세원고에 들어가는거야. 아니... 그냥 들어가면 안돼고. 일단 대전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했다가 다시 세원고로 전학을 오는거야. 그럼 널 대전에서 온 전학생이라 생각커서 '실루엣'이라고 생각하진 않을꺼야.
나 : ....
수원은 나와 깡통을 서로 번가라보다 뭐라 말을 하려다 나를 보더니 다시 입을 다물었다.
깡통이 다시 입을 열었다.
깡통 : 잘 생각해봐. 그들은 니 얼굴을 모르잖아. 그러니 니가 '실루엣'인지 전혀 감을 못잡을꺼야. 앞으론 니가 조용히만 있어주면 넌 아무일 없이 고등학교 졸업할 수 있을꺼야.
깡통의 신중한 권유에 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난 무조건 현실도피가 최후의 수단이란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깡통의 말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생각을 더 해볼 예정이다.
수원은 짜증나게 옆에서 계속 일그러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 : 할말 있으면 해봐.
수원 : 나 화장실 가도 되?
나 : (어의 없어 하며) 참아.
수원 : 미워....
나 : 또... 그말이네....
수원 : 안 미워... 지원이 안 미워...
나 : 갔다와.
수원이 저 인간 진짜 바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너무 순진한건가?
아무튼 내 머리속엔 여러대의 해머들이 요동을 치고 있어 정신이 없었다.
세원고를 들어간다.....
김재환도....
세원고일까?
세원고는 돈많은 부잣집 도련님들만 들어간다는 학교이다.
아니... 또 있다.
공부잘한다는 영재, 수재, 천재들만 들어간다는 학교이다.
그래서 수원(돈이 많다.)이와 깡통(공부를 잘한다.)이 세원고에 들어간다고 했나?
난 일단 세원고에 가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대전에 있는 고등학교 입학식에 잠깐 얼굴도장을 찍을 필요가 있을것 같다.
그리고...
나는....
세원고등학생이 되는 것이다.
적의 소굴로 들어가는 것이다.
#3.
세원고 입학식...
재환과 그 친구들은(2명) 2학년 3반 교실 한켠에 앉아 있었다.
친구1 : 재환아, 너 왜 실루엣이란 사람 그렇게 찾아 다니냐?
친구2 : 그래. 우리 클럽에 가입시키려는 것도 아니다. 맞장뜨자는것도 아니다. 도대채 그 이유가 뭐냐?
재환은 아무말 없이 창 밖을 바라보았다.
재환 : 내가 첫눈에 반한 사람이야....
재환은 말끝을 흐렸다.
친구1 :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반할 수도 있는거냐?
재환 : (옛기억을 회상하며) 비록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복면속의 그 눈동자는 정말 맑고 투명했어. 너무 예쁜 눈이었어.
친구2 :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미치겠다... 진짜,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도대체 어떻게 찾겠단 말인지....
친구1 : 그래... 재환아, 그건 미친짓이야.
재환 : 미친짓이라 생각해도 상관없어. 내 생에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이겨내게 해주었던 사람이니깐. 난 꼭 찾을꺼야.
친구2 : 근데, 다영이(요요)가 분명 실루엣과 아는 사이 맞는거야?
친구1 : 끝까지 모른다고 시치미를 때던데...
친구2 : 진짜 독한년이었어....
재환 : 그 만큼 의리가 있다는 뜻이겠지.... 그만큼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뜻 아니겠냐?
친구1 : 그럼 그때 그 그림자가 실루엣이란 말이야?
친구2 : 체구가 작아 보이던데... 아주 날쌔더라구....
재환 : 네가 치사한 방법을 쓰지만 않았더라면 실루엣의 얼굴을 볼수 있었을꺼야. 그리고 왜 어린여자애를 그렇게 패냐?
친구2 : 미안해... 고의로 그런게 아니야... 나도 모르게... 손이...
재환 : 이미 지난일이야... 더이상 뭐라 말해봤자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너무 신경쓰지마. 그리고 앞으론 조심해. 다시 그런짓 하면 내가 가만 두지 않을테니깐....
친구1,2 : ...... (계속 침묵을 지킨다.)
친구1은 조용히 재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친구1 : 재환아. 내가 찾아줄께. 너무 걱정하지마....
재환 : 고맙다. 박재경....
재환은 재경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재환은 하얀 피부에 동그란 눈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귀엽게 보이는 재환과는 달리 재경은 날카로운 눈매와 오똑한 콧날덕분인지 사납게 보이긴 하나 한편 남자답게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재환의 왼쪽 이마의 상처때문에 어딘가 어두워 보였다.
그 둘은 중학교때부터절친한 친구였다.
운동장에선 입학식이 끝났는지 학생들이 건물 안쪽을 향해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다.
신입생들은 운동장 한켠에 모아 반배정을 받고 있었다.
재환 : (혼잣말을 하며) 진짜 미친짓을 하는 것일까?
재환의 시선은 운동장 한켠에 있는 신입생들을 향했다.
올해부터 남녀공학으로 바뀐다더니 여학생들도 보였다.
여자신입생 : 꺄~~~!! 재환이 오빠다. 세원짱 재환이 오빠야~~~!!!
운동장에 있던 여자신입생들이 3층건물을 향해 소리쳤다.
움찔 놀란 재환은 얼른 창문에서 몸을 땠다.
올해 입학한 여자 신입생들은 눈도 참 밝은 모양이다.
3층건물에선 여자신입생들을 보기 위해 창문에 엄청난 머리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는데 운동장 한켠에서 재환의 얼굴을 알아보다니 정말 놀라울 뿐이었다.
재환은 잠시 창문에서 몸을 땐 후 다시 창밖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저 멀리 교문에서 한 여학생이 뛰어오고 있었다.
어깨까지 오는 생머리가 눈부시게 찰랑 거리고 있었다.
얼굴은 잘 보이진 않지만 몸매는 형편없었다.
키도 160정도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신입생쪽으로 향해 달려오는 그 여학생의 발걸음이 순간적이긴 했지만 실루엣의 모습과 비슷했다.
재환 : 재경아, 저 얘좀 알아봐죠.
재환은 창밖에서 시선을 때지 않은채 그 여학생을 가르키며 재경에게 말했다.
재경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친구2를 불렀다.
재경 : 정현아. 가자.
재경과 친구2인 정현은 교실 밖으로 나갔다.
재환은 계속 창밖의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수업시작 종이 울렸고 선생님이 들어오셨지만 신입생들은 아직 밖에 있었다.
그리고 재환도 밖을 보고 있었다.
선생님 :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담임을 맡게된 장규택입니다. 전 국어 담당이고 1학년 1,2,3반과 2학년 1,2,3반 국어를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투박한 목소리의 장규택 2학년 3반 담임선생님은 작년 재환이 1학년 때 국어 담당이시기도 했다.
선생님은 40대 후반으로 선한 인상과는 달리 목소리가 너무 독특했다.
투박하다고는 하나 너무 굵고 거칠었다.
그러나 그런 목소리가 귀에 거슬리거나 하진 않았다.
창밖의 그녀는 지각한 벌로 운동장을 돌고 있었다.
나머지 신입생들은 2층 1학년 교실로 들어가고 있었고 저 멀리에 재경과 정현이 그녀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재경은 재환에게 손짓을 해 보였다.
재환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핸드폰을 꺼내 문자 메세지를 보냈다.
- 몇반인지 알아봐. 그리고 이름과 집위치. 전화번호도. -
잠시 후 재경의 답장이 왔다.
- 1반, 윤지원, 집은 대전이라고 되어있는데 전학생이야. 전화 01X-XXXX-XXXX -
- 고맙다. 이제 그만 들어와라. -
재환은 한참동안 핸드폰을 바라보다 노트하나를 꺼내 메모를 했다.
이름은 윤지원, 1학년 1반, 대전에서 온 전학생, 전화번호 01X-XXXX-XXXX
세바퀴 정도 운동장을 돌더니 그녀는 자신의 책가방을 챙기고선 정문쪽을 향해 걸어왔다.
정문앞에는 재경과 정현이 서있었다.
재경이 그녀에게 손짓을 하며 부르더니 뭐라고 속삭였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좌우 흔든 후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재경과 정현 역시 건물안으로 들어왔다.
잠시 후 재경과 정현이 교실 뒷문을 향해 들어왔다.
벌써 1교시가 시작되었다.
1교시는 생물시간이었다.
재경, 정현 : 늦어서 죄송합니다.
재경과 정현은 정중히 생물선생님께 사과를 하고 자신의 자리로돌아왔다.
생물선생님은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의 과목인 생물에 관해 설명을 하셨다.
재경은 재환의 옆자리에 앉았다.
재환이 조용히 속삭였다.
재환 : 아까 정문에서 뭐라고 했냐?
재경 :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봤어.
재환 : 그러더니 뭐라고 했는데?
재경 : 날 보고 감짝 놀라더니 '아뇨'라고 대답하고 안으로 들어가 버리던데... 아! 그리고 딴덴 볼게 없었는데 눈이 참 예쁘게 생겼어.
재환 : (놀라면서)정말? 눈이 예뻤어?
재경 : 그래. 이번 쉬는시간에 한번 내려가볼래?
재환 : (환하게 웃으며) 그래, 가자!
1교시 쉬는 시간 재환과 재경은 2층 1반 교실로 들어갔다.
1반 여학생들 : 꺄~~!! 재환이 오빠랑 재경이 오빠다~~!!
순식간에 1반 여학생들은 물론 옆반에 있던 여학생들이 재환과 재경에게 몰려들었다.
단 남학생과 그녀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이었다.
재경은 187cm, 재환은 183cm 키가 큰 둘은 한번에 눈에 띄었다.
그녀는 재환과 재경을 보자마자 교실 밖으로 뛰쳐 나가버렸다.
재경 : (나가는 그녀를 가리키며) 저애야!
재환 : 어디? 어디? 난 못봤어.
재경 : 방금 밖에 나간애 있잖아. 못봤어?
재환 : (어두운 표정으로) 어...
재환과 재경은 밖으로 나갈여고 했으나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여학생들 때문에 꼼짝도 하지 못했다.
1반 여학생 :저런 촌년은 왜 찾는 거에요?
눈치 하나 빠른 여락생이었다.
긴 갈색머리에 파마를 했는지 끝에 웨이브가 져있었고 얼굴에는 뽀샤시하게 파우더를 바른 티가 났다.
그 여학생은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그들에게 물었다.
재경 : 아까 운동장 뛴애가 저애 아냐? 입학식날 지각한게 누군지 보러왔지. 감히 누가 세원고 입학식에 지각을 했는지 낯짝 좀 볼여고... 왜? 너랑 친하냐?
말돌리기 선수 재경은 그 여학생의 질문에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1반 여학생 : 친하진 않지만... 저랑 같은 반인데요. 대전에서 오늘 전학 온 촌년이에요. 진짜 낯작도 두껍지... 아니.. 얼굴에 철판을 깐게 분명하다니깐요!
여학생은 깐깐한 말투로 대답했다.
재경 : 그래. 나중에 보면 우리 낯짝 좀 보자고 해라. 근데 그 촌년 눈치한번 디게 빠른거 같네....
재현 : 이제 그만 가자.
재환은 실망한 목소리로 3층으로 올라가려는 순간 아까 그 여학생이 재환을 팔을 잡았다.
1반 여학생 : 제 이름은 이경화에요. 나중에 그애 오면 도망 치지 못하게 잡아둘께요.
재환 : (화를 내며) 필요없어!
재환은 경화의 팔을 뿌리치며 3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4.
난 새벽부터 대전에 있는 친척집에 맡겨 놓은 세원고 교복을 가지러 가야했다.
나 : 고모~! 미리 좀 챙겨주시죠. 대전까지 갔다올여면 입학식에 늦는단 말이에요!
고모 : 미안하구나, 어제 수원이에게 가지고 오라고 했는데 다른건 다 챙기고 그것만 놓고 와버려서 어쩔수 없구나....
나 : 교복도 없이 어떻게 입학식에 참석하라고...ㅠ.ㅠ
강수원 그 자식때문에 꼭두새벽부터 대전으로 내려가야 했다.
일부러 흘리고 온것인지 실수로 흘린건지 모르겠지만 난 고모와 함께 대전으로 가기위해 고속도로를 달렸다.
대전까지 갔다오니 이미 입학식이 끝나고 반배정을 받고 있었다.
나 : (교문에서 학생들이 모여있는 곳을 향해 달리며) 이게 왠 쪽이람...ㅠ.ㅠ
내가 한참을 달리고 있을 때 곱슬머리에 두꺼운 검은색 안경을 끼신 남자 선생님께서 나에게 오라고 손짓을 하고 계셨다.
난 그쪽을 향해 달려가 멈췄다.
선생님께서는 나를 힐끗 보시더니
선생님 : 내가 세원고에서 교편을 잡은지 10년이 넘어가는데
입학식날 지각하는 학생은 처음이네....
여학생이니 큰벌을 주지 않을 테니 운동장 세바퀴만 뛰고 와라.
나 : 네...
선생님 : 근데 이름이 뭐냐?
나 : 윤지원인데요. 전학생이에요.
선생님 : (반편성 용지를 자세히 살피시더니)그래. 넌 1반이다.
다 돌고나면 정문에서 2층으로 올라가 왼쪽 끝에 있는 교실로 들어가면 된다.
다음부턴 늦지 말아라.
선생님께선 의외로 화를 내시지 않으시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10년동안 표편을 잡으시면서 입학식에 늦는 첫 지각생에게 운동장 세바퀴는 너무 약한 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간에 떠도는 소문대로 였다.
세원고는 6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예전부터 유명한 사람들은 전부 세원고 출신이었다.
세원고에 들어오기 위해선 돈이 많은 부자나 공부잘하는 사람 이외에는 들어오기 힘든 남고였다.
작년에 3학년 교실을 신축하여 3학년들이 새건물로 옮겨갔고
이번 학년도 부터 여학생들도 들어올 수 있는 남녀공학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러나 그 전통은 그대로 였다.
군사부일체라는 말처럼 스승(선생님)의 말은 천언(天言)이라 생각하며
모든 규율은 선배들이 정해 놓은 데로 지내고 있었다.
선생님은 학생들을 믿고 어떠한 폭력들을 행사하지 않으며
학생들은 선생님들께 대드는 일이나 무단 지각 외의 무단으로 행해 지는 일,
각종 처벌들은 선생님들이 아닌 선배들에 의해 엄벌(?)에 처해졌다.
그 벌은 정말 무시무시 할 정도 였다
세원고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선도부에선 그 일을 맡고 있었으며
선도부가 된다는 것은 소수의 특권이었다.
선도부 역시 선배들이 정하는 것이었고 선도부가 된다는건 큰 명예이며 영광이었다.
세원고에선 선도부를 또다른 호칭으로 불리우는데 'Sewon Ploice'의 약자인 'SP'라 한다.
난 운동장 세바퀴를 다 돌고 교실으로 들어가기 위해 가방을 챙긴 후 정문을 향해 걸어 갔다.
정문에는 두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둘은 어디선가 본 듯 낯이 익었다.
남자1 : (나를 보며)야!
둘중에서 키가 큰 남자가 나를 불렀다.
순간 내 머리속에서 그 남자가 누군지 떠올렸다.
그때 요요를 끌고갔던 다섯명의 남자중 '김재환'과 같이 앉아 있었던 정장이었다.
그 옆에는 사복을 입었었고 서 있던 남자였다.
남자1 : (정장입었던 남자)너 남자친구 있냐?
나: (속으로)엥?
나는 순간 머리속이 텅 비는것을 느꼈다.
날 기억하는 것일까?
근데 왠 남자친구?
헉...
그 남자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 : (깜짝놀라며) 아뇨...(대답과 동시에 고개를 흔들었다.)
난 대답을 하자마자 무작정 정문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너무 놀랐다.
왜 내 눈을 무섭게 노려 보는거지?
난 괜히 세원고에 왔다며 속으로 한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남자가 분명히 날 알아보지 못했다는건 분명했다.
그땐 너무 어두웠었고 날 봤다 하더라도 나에게 남자친구가 있냐는 질문대신 '너 그때 그놈이지?'라고 물었을 것이다.
난 한숨을 쉬며 1반 교실로 들어갔다.
아까 그 뽀글머리 선생님께서 웃으며 칠판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 계셨다.
정석호 선생님. 수학담당이셨다.
그때 왠수 강수원이 나에게 이상한 손짓을 하며 웃고있었다.
난 관심없다는 듯 빈자리로 들어가 앉았다.
선생님 : 전학생 다음부턴 지각하지 않도록...
순간 교실은 웃음 바다로 변해버렸다.
제길...
X팔리게....ㅠ.ㅠ
선생님 : 먼저 짝을 정해야 겠군...
(잠시 생각하다가) 창가에서 부터 1번으로 하고 제비뽑기로 했으면 하는데 괜찮겠지?
학생들 : 네~~~!!!
여학생들은 창가쪽 한줄 남학생들은 옆으로 한 줄씩 들어가기로 했다.
창가쪽을 1번으로 하고 여자 1번과 남자1번이 짝이 되는 것이었다.
일단 번호 순으로 앞으로 나가 제비를 뽑았다.
번호순은 가나다라 순이어서 남학생, 여학생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난 23번이었고 수원이는 3번이었다.
수원이는 내게 21번 제비를 뽑았다는 표시를 하고 창가쪽 맨끝으로 가서 앉았다.
한참 후에야 내 순서가 왔다.
난 조심스레 손을 뻗어 교탁위에 엉켜진 쪽지들 사이에서 쪽지 하나를 골랐다.
나 : 제발 수원이랑만 되지 말아라....
17번이었다.
난 한번 훑어본 후 갑자기 온몸이 굳어 버렸다.
제길....
수원이 자리 바로 앞이었다.
자세히 말하자면 수원이와 나는 대각선 자리가 되었다.
수원이는 볼펜으로 내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수원 : 안녕. 지각생.
나 : 장난하지 말아라.
수원 : 미안해, 전학생.
나 : 죽는다.
수원 : 화내지마. 근데 이살 다 니꺼니?
나 : 제길... 그래 다 내꺼다 왜? 부럽냐?
수원 : 웅.... 부러워... 그 살 나 조금만 줘라...
나 : 다른사람들에겐 다 줘도 너에게만은 죽어도 못준다.
수원과 티격태격하는 사이에 내 짝꿍이 될 아이가 내 옆자리에 와서 서 있었다.
자신의 쪽지에 적힌 번호를 확인 한 후 내 얼굴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짝꿍 : 너도 17번이니?
나 : 응.
짝꿍 : 그럼 이자린 내 자리네... 반가워. 난 강현일이야.
현일은 내게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나도 '안녕'이라고 대답해줬다.
현일은 웃을때 눈꼬리가 살짝 쳐지는게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부시시하게 만든 머리도 너무 귀여웠다.
나 : 근데 너 앞번호 아니니? 왜 이제 제비를 뽑았어?
현일 : 어떤애가 자기가 바꿔달라고 해서 바꿔줬어.
나 : 아... 그렇구나...
현일 : ..... (조~~~ 용)
수원은 내 짝이 누군지 궁금했는지 현일의 옆구리를 볼펜으로 쿡쿡찔렀다.
수원 : 안녕. 반가워.....^^
현일 (웃으며) 나도 반가워....^^
어색한 인사였다.
너무 썰렁했다.
수원 : 난 강수원이야...
현일 : 난 강현일...
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수원 : 넌 무슨 강씨야?
현일 : 글쎄... 잘 모르겠는데... 넌?
수원 : 나도 잘 몰라....
계속되는 어색한 침묵....
수원 : (나를 가리키며) 앤 내 사촌인데 윤지원이라고 해....
현일 : 어... 그래? 안녕.
나 : 안녕....
끔찍한 침묵....
현일은 낯을 많이 가리는 듯 했다.
나보다도 더 깨끗하고 흰 피부, 헝클어진 머리...
쌍커풀은 없지만 웃을때 쳐지는 눈, 갸름한 얼굴형....
너무 예뻤다.
내가 한참을 현일의 옆모습을 보고 있을때 수원의 짝꿍이 자리를 찾아왔다.
수원이 짝꿍 : 안녕. 난 이경화라고해.
수원 : 안녕. 난 강수원. 만나서 반가워.
수원이 짝꿍 : 너 참 잘생겼다. 앤있니?
수원 : 아니....
경화 : 나랑 사귈래?
수원 : 시른데...
경화 : 왜?
수원 : 난 예쁜여자는 시로...
경화 : 왜 시른데?
수원 : 다른 남자가 빼앗아 가버리면 어떡해? 불안해서 시로...
경화 : (깔깔깔 웃으면서) 너 참 귀엽다. 알았어. 그럼 우리 친구하자.
수원 : 그래. 고마워...^^;
저 수법...
어디서 많이 써먹는듯 한 수법....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쿡쿡찌르는 것이었다.
난 수원이 녀석인줄 알고 눈을 아주 가볍게 뒤집으며 (실은 많이 뒤집음) 뒤를 돌아 보았다.
경화 : 안녕. 전학생! 너 눈 원래 그렇게 뒤집어 졌니?
나 : ....
경화는 아니꼬은 듯 나를 나라보았다.
수원이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옆에서 킥킥대로 있었다.
수원 : 하하하 얘 내 사촌인데 원래 생긴게 저래.
경화 : 그래? 너랑 사촌이니? (우리 둘을 번갈아 바라보며) 진짜 안 닮았다.
나 : .... ㅡㅡ+
경화 : 눈좀 그만 뒤집을래? 기분 디게 나쁘거덩....ㅡㅡ+
나 : ... 수원이 보는거야...
경화 : 그래? 그런데 왜 그런 눈으로 보는데?
나 : 뒤에서 발로 내 의자를 툭툭히고 있잖아....
수원 : 다리가 길어서 그래....ㅡㅡ^
난 대꾸도 하기 싫어 고개를 돌렸다.
선생님께선 한참동안 학교의 역사와 교칙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시간표를 적어주시고 수업시간을 적어주셨다.
난 노트에 그 것을 받아 적었다.
옆에 보니 현일이 난감한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나 : 왜 그래?
현일 : 필통을 놓고 왔나봐. 수업시간이라 매점가기도 좀 그렇고....
나 : 그래? 그럼 내꺼 하나써.
현일 : 고마워.
난 현일에게 내 필통을 건내 주었다.
현일은 내 필통에서 검은색 잉크펜을 하나 꺼내고선
나에게 고맙다며 다시 인사를 했다.
나 : 필요한거 있으면 부담갖지 말고 말해.
현일 : ..... ㅡㅡ?
나 : 우린 짝꿍이잖아.
현일 : 그래? 고마워.
그때 또 누군가가 내 옆구리를 자꾸 찔렀다.
이번엔 멀쩡한 눈으로 돌아보았다.
수원 : 촌년. 나도 써도되냐?
나 : 시끄러!
뒤에서 킥킥킥 경화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경화 : 촌년. 나도 써도되니?
나 : 둘다 쓰지마.
경화 : 촌년. 진짜 싸가지 없다.
나 : 촌년이라서 그래....ㅡㅡ+
나는 부아가 치밀었다.
난 혼자 씩씩거리며 복도쪽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쉬는 시간이 되었는지 2학년들이 매점에 가기위해 혹은 교무실에 가기위해 내려오고 있었다.
우리학교는 1층은 교무실, 교장실, 행정실, 방송실, 상담실, 이사장실, 교사휴게실등이 있고,
2층은 1학년 9개반, 3층은 2학년 9개반,
4층은 화학실, 생물실, 전산실등 특별실이 있었다.
특별 1관은 음악실, 미술실이 있었고
특별 2관은 예전에 3학년이 사용했었는데 지금은 도서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별 3관은 이번에 신축한 건물로써 3학년들이 사용하고 있었다.
체육관도 따로 있는 학생수는 타학교보다 적지만 학교규모는 컸다.
갑자기 여학생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두명의 2학년이 우리교실로 들어왔다.
헉....
저 인간들....
여학생 : 꺄~~ 재환이 오빠랑 재경이 오빠다~~!
아까 내게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봤던 정장이랑
그때 극장사건때 카페 실루엣앞에 앉아있었던
또 한명의 정장 김재환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다.
너무 불안했다.
왜 우리교실에 왔지?
난 이 교실안에서 벗어나는 수밖에 없었다.
난 빠른 속도로 교실 밖으로 뛰쳐 나갔다.
#5.
그 두명의 선배를 피해다니다가 겨우 수업 종시리에 맞춰 교실안으로 들어 올 수 있었다.
수원 : 아까 그 선배들 왜 너 찾는지 아냐?
나 : 내가 알게 뭐야.
수원 : 경화한테 그러는데....
수원이 옆에서 딴짓하던 경화가 불쑥 튀어나오면서 소리쳤다.
경화 : 너 오늘 지각한거 때문에 'SP'가 널 찾는거야.
2학년 짱인 재환이 오빠가 직접 찾아온거라면 넌 분명히 찍힌거야.
불쌍한 촌년....
그러게 지각은 왜 해가지고... 끌끌끌....
수원 : 지원아... 조심해라....
현일 : (뜬금없이 끼어들며) 지원아. 조심해라... ㅡㅡ*
근데 현일이 재 얼굴이 왜 갑자기 홍당무가 되어 버렸다냐?
그래도 불행중 다행이다.
'실루엣'인 나를 찾는게 아니라 '지각생'인 나를 찾는다는게 여간 다행스럽지 않았다.
문뜩 몇달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몇달전 우연히 세원고 학생 한명을 도와준적이 있던 나는, 그 후로 부터 세원고의 표적이 되어버렸다.
그 이유는 뭔지 잘 모르겠지만...
길을 가다 우연히 다쳐 쓰러져 있던 세원고 학생을 발견했다.
다친 학생의 이마에 'S'모양의 상처가 나 있었다.
난 그 학생을 그냥 지나칠수 없어 조금마한 도움을 그에게 주었다.
그 상처에서 피가 많이 났었고 난 내가 가지고 있던 손수건으로 그 상처를 꾹 눌러주었다.
상처가 깊었는지 피가 많이 났는데 불구하고 피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일단 지혈하는게 중요했기 때문에 얼음이 필요했다.
난 가까운 슈퍼에 가서 얼음을 사고 오는 사이에 그 학생은 사라지고 없었다.
누군가 그를 데리고 간것 같았다.
그가 누워있었던 자리에 아까는 없었던 발자국이 여러개 발견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작은 메모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었다.
+ 고마워요. 실루엣 -김재환- +
김재환....
근데 내가 실루엣인지 어떻게 알았지?
아참!!
아까 그 손수건에 쓰여있었구나.....ㅠ.ㅠ
+ 실루엣... 고마워요. 그 마음 영원하길... -김다영- +
제길...
왜 하필 그 손수건이었지?
근데 손수건이 어디갔지?
가지고 가버린건가?
그래서... 다영이(요요)가 그 녀석들에게 끌려간 것이었구나....
설마...
세원고 학생들은 내가 그렇게 만들어 놓았는 줄 알았나 보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오해가 생겨버렸지?
그 학생은 분명히 나에게 고맙다는 메모를 남겼는데....
왜 내게 그런 메모를 남겼을까?
난 한참을 고민하다 그 이유를 찾아냈다.
'나와 맞짱을 뜨려는거야!"
터무니 없는 말이긴 하지만 그 이유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난 아무도 몰래 활동(?)을 하긴 했지만 내 존재를 이미 널리 소문이 퍼져 있었다.
'얼굴없는 실루엣...'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친근한 존재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카페 '실루엣'을 찾았다.
사장인 레이오빤 나 반갑게 맞이 했다.
레이오빤 삼십대 후반의 조폭같이 생겼지만 마음시 하나 최고였다.
레이 : 오늘 수원이랑 강통이 와서 얘기 해줘서 니가 여기에 왜 왔는지 안다.
나 : (혼잣말로) 수다쟁이 사내들...
레이 : 지원아. 내 생각엔 말이야...
난 니가 그들을 피지지 말고 부딛치는게 나을것 같단 생각을 한단다.
나 : ....
레이 : 3년내내 도망다닐꺼니?
아니, 평생을 도망다닐 수도 있어.
그 애들은 우리나라에서 한다하는 집안의 도련님들이야.
어딜가든 넌 그애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긴 힘들어.
어쩜. 너와 한편이 되기 위해서 일 수도 있잖니.
니가 그 애들을 도와준것을 알고 감사히 여길수도 있잖아.
너의 은혜를 갚기위해서 널 찾아다닌느건 아닌지 생각해 볼 수도 있잖아.
나 : 그건 아니에요!! 절대 아니란 말이에요!!
요요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고 내겐 칼까지 휘둘러던 말이에요
그런식으로도 은혜를 갚나요?
그건 말도 안돼요!
나는 버럭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이 오빤 조용히 나를 자리에 앉혔다.
레이 : 흥분하지 말고 앉아서 얘기하자.
나 : (자리에 앉으며) .... 화내서 죄송해요.
레이 : 아니다. 괜찮아.
그건 그애들의 실수 일지도 모르잖아.
잘 생각해봐.
일단 밑지든 말든 정면 돌파를 하는거야.
그 애들이 너무 얼굴은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니 실력이면 한번 맞짱떠도 괜찮을꺼야.
나 : 전 더이상 싸움같은건 하고 싶지 않아요.
레이 : 니 심정은 안다만...
저들은 보통애들이 아냐.
평생 널 따라다닐 수도 있어.
그러고도 남을 애들이니깐.
나 : 생각해 보죠.
레이 : 너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다른 애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것도 생각해 봐라.
나 : 너무 부담주시는 군요.
레이 : 늦었다. 고모님께서 걱정하시기 전에 들어가 봐야지...
나 : 네. 그럴께요. 그럼 수고하세요.
난 자리에서 일어나며 레이 오빠에게 인사를 한 후 실루엣 밖으로 나왔다.
'부딪치는가? 피하는가?'
제길...
너무 어렵다.
레이 오빠의 마지막 말이 가슴에 와 닿아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어젯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눈이 팅팅 부어있었다.
수원 : 너 눈탱이가 왜 그러냐?
학교에 도착하자 마자 수원이는 날 보며 놀렸다.
아침에 저 왠수덩어리를 피해 겨우 학교에 왔건만...
왜하필 수원이랑 같은 반이 되어가지고...
9반인 깡통이랑 수원이랑 반이 바뀌면 좋았을 텐데...
교실에서 괜한 내 눈을 보며 놀려 대는데 기분이 썩 좋지 못했다.
수원 : 촌년~! 너 눈이 왜그리 퉁퉁부었냐? 오메~~~ 터지겠다~!!
순간 조용했던 교실이 아이들의 춧음소리로 가득했다.
나 : 터지기 전에 조용히 해라.
진짜 터지면 너도 무사하지 못할 테니깐....ㅡㅡ+
수원 : (순간 움찔거림. 조용히 현일의 옆구리를 찌른다.) 현일아. 지원이 터지면 말해줘.... ㅡㅡ
현일 : 그래.
그리고 이어지는 어색한 침묵....
닭이 서너마리가 줄지어 지나간 뒤 수원은 옆에서 자고 있는 경화를 깨웠다.
경화 : 왜~~~~에?
수원 : 지원이 눈 곧 터질테니깐.... 헉! @.@;; ~!@#$%^&*()_+| 중얼중얼
수원이 자고 있던 경화를 깨워 말을 하다 자다깬 경화의 얼굴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수원 : ~!@#$%^&*()_+| 보글보글...
난 왠일인지 뒤를 돌아 보았다.
경화의 눈은 나의 눈보다 두배는 더 부어있었다.
인간의 몰골이 아니었다.
그리고 화장기 없는 그녀의 피부는 달표면을 연상캐 했다.
나 : 너 어제 술마셨냐?
경화 : 아니.. 어제 밤새도록 재환이 오빠 생각하다 잠을 못잤어.
나 : 몰골이 말이 아니다. 그런 모습으로 그 오빠 보면 어떻게 할여고 그러냐?
정신차리고 화장이나 좀 하지 그러냐. 너무 흉하다....
경화 : 정말? 그 정도야? 엄청 흉칙해?
나 : 괴물같다. 수원이도 놀라 말을 못하잖아.
수원 : (계속)~!@#$%^&*()_+| 뽀글뽀글뽀글....
경화 : (얼른 화장품을 꺼낸후 수원을 보며) 시끄러!
수원 : (기가죽어서) 미워....
경화 : 조용히 못해!
나 : 경화야.. 머리도 좀 만져야 겠다. 꼭 미친년 같아....
난 은근히 경화 앞에 거울을 내밀었다.
그녀의 곱게 웨이브진 머리가 서로 엉켜 말이 아니었다.
경화는 거울을 보더니 자신의 모습에 놀랐는지 입을 다물지 못한채 안절부절 못했다.
나 : 내가 한 등빨 하니깐 내 뒤에 숨어서 해결해...
내가 선생님오면 코치해줄께.
경화 (감격하며)고마워.... ^^*
원래 예쁜줄 알았던 경화는 순전히 화장빨이었다.
피부는 달표면... 눈만 동그랗게 컷지 하나도 예쁘지 않았다.
경화 옆에 쓰러져 이상한 소리만 주절거리는 수원이는 그 후유증이 일주일이나 갔다.
겉과 속이 다른 여자를 처음 봤는지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그러기에 여자는 겉으로 봐서 판단하는게 아니라고 하니깐....ㅡㅡ
현일 역시 충격이 컸나보다.
여자가 저렇게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내게 이런말을 했다.
현일 : 너 저러냐?
나 : 뭐?
현일 : 너도 겉과 속이 다르냐고?
나 : 나 화장같은거 안한다.
현일 : 하긴... 어쩐지 피부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하더라. 화이트닝에 신경도 써야 할것 같다.
나 : 어, 그래.
공포의 어색한 침묵...
계속 이어졌다.
쭉~~~~~~!
#6.
재환은 몇일 동안 그녀를 만나기 위해 1학년 1반교실을 몇번씩 갔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재환을 피해 도망쳤다.
어찌나 달리기를 잘하던지 한 달리기하는 정현이도 따라잡지 못했다.
정현 : 헉헉헉.... 쟤는 인간이 아니야....ㅠ.ㅠ
초등학교때 장거리 선수였던 그도 그녀의 뜀박질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재경 : 재 혹시 국가대표 육상선수아냐?
정현 : 아마, 그럴꺼야....ㅡㅡ;
재환 : (혼자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무리 봐도 실루엣의 뒷모습과 너무 비슷해....
재경, 정현 : (한참동안 말이 없다가 서로 눈치를 보며) ..... 수업시작하겠다. 들어가자.
다음은 국어시간이었다.
담임선생님이신 장규택선생님께선 교실안으로 들어오셔서 인사를 하신 후 칠판에 '시'라는 글자를 쓰셨다.
선생님 : 이번 수업은 작시를 해볼까 한다.
소재는 그림자이고 30분간 작시 후 발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할테니 열심히 하도록.
선생님께선 칠판에 다시 '그림자'라는 부재를 쓰셨다.
학생들은 각가지 표정과 포즈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럭저럭 30분이 흘렀다.
선생님 : 30분이 지났다. 다들 다 적었겠지?
그럼 4번, 14번, 24번, 34번, 44번 앞으로 나와서 발표하도록
오늘은 3월 14일이었다.
자기번호가 불리자 모두 어두운 표정을 하고 다섯명의 학생들이 교단앞에 나가서 줄을 섰다.
그리고 천천히 작시를 읊었다.
4번학생 : -그림자-
나의 분신
나의 또 하나
어제, 오늘, 내일...
매일 나만 따라다닌다.
또 하나의 나.
그 이름은 그림자.
너무 썰렁한 시였다.
다른 학생들도 설렁했는지 모두 얼어 버렸다.
어색한 침묵을 깨고 선생님께서 입을 여셨다.
선생님 : 수고했다. 꼭 초등학생들이 쓰는 동시 같구나.
한참을 침묵을 지키던 학생들이 웃음보를 터트렸다.
선생님 : (큰소리로) 다음!
14번 학생 : -그대는 누구신가요?-
아~
그대는 누구신가요?
아~
왜 그대모습을 보이지 않나요?
아~
보고 싶은 그대
아~
그대는 그림자군요.
교실전체는 폭소의 연속이었다.
14번 학생은 음율을 살려 시를 낭독했지만 듣는 사람들은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선생님 : 종은 시군. 오버만 하지 않았다면 괜찮았을텐데...
근데 시의 절반이 '아~'구나. 수고했다. 다음.
다음차례는 24번 김재환의 차례였다.
재환은 잠시 주춤거리다 교탁앞에 섰다.
재환 : -실루엣-
어둠속에 가려져 그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군요.
숨겨진 당신의 모습이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멀리 달아 나기만 하는 그대는
왜 저에게 그 눈부신 눈동자를 보이려 하지 않는지요.
전 언제나 당신 생각 뿐입니다.
나의 사랑,
나의 실루엣.
학생들 : 오~~~
학생들은 재환의 시를 듣고 감탄하였다.
선생님 : 잘했다. 수준급의 시는 아니지만 훌륭했다.
그런데 김재환. 너 짝사랑하냐?
선생님께선 재환의 정곡을 찔렀다.
재환은 금새 얼굴이 붉어졌다.
재환 : 저도 짝사랑 해볼여구요.
재환은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2학년 3반 교실은 금새 술렁이기 시작했다.
재환 : 소문내지 말아주세요.
재환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선생님께 말했다.
사실 반 아이들에게 말한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재환의 말 한마디에 어느새 교실 안에선 어색한 침묵만 흘렀다.
1학년 1반 국어시간.
오늘 국어시간에는 '그림자'란 주제로 작시를 하게 되었다.
시를 쓰기전 2학년 선배가 한시간전에 쓴 시라며 선생님께서 시 한편을 낭독해 주셨다.
-실루엣-
어둠속에 가려져 그대의 모습이 보이지 않군요.
숨겨진 당신의 모습이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멀리 달아 나기만 하는 그대는
왜 저에게 그 눈부신 눈동자를 보이려 하지 않는지요.
전 언제나 당신 생각 뿐입니다.
저에게 당신의 눈부신 눈동자를 보여주세요.
나의 사랑,
나의 실루엣.
난 한참을 그 시에 대한 생각에 빠졌다.
누군가 나를 바라보며 적은 시인것만 같았다.
물론 그건 나만의 착각이긴 하지만...
누가 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슴이 아려왔다.
난 그 시에대한 답시를 쓰기로 했다.
선생님 : 30분간 작시하고 나머지시간은 시를 낭독하는 시간을 줄테니 열심히 하도록.
난 성심성의껏 답시를 쓰기 시작했다.
수원이는 자구 내 뒤에서 내 옆구리를 찌르기 시작했다.
수원 : 뭐라고 쓰는지 조 보여줘~~!!
나 : 시끄러!!
수원 : 조금만 보여줘`~!
나 : 조용히 좀해!
난 짜증난 목소리로 수원을 바라보았다.
그때 어디선가 어두운 그림자기 우릴 무섭게 노려보았다.
선생님 : 너의 넷 나중에 시를 낭동해봐라.
젠장...
수원이 때문에 죄없는 현일과, 경화, 그리고 나가지 작시를 낭독하게 되었다.
경화는 내 뒤에서 레이져 광신을 연속으로 보내고 있었다.
현일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시를 쓰고 있었다.
나 : 미안해, 현일아.
현일 : 괜찮아.
이어지는 어색한 침묵....
나 : (혼잣말로) 말을 말아야지....ㅡㅡ^
작시 30분은 금새 지나가 버렸다.
먼저 수원이의 시가 낭독되었다.
수원 : -그림자-
지은이 강수원
[내생각]지은이는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건데 말해서 뭐하려는건지....ㅡㅡ;;
나는 그림자.
[내생각]어쭈. 지가 무슨 그림자야?
매일 한 사람만 쫒아 다니는 그림자
[내생각]스토커 한명 나셨구만!
맨날 한 사람만 쫒아 다닌다.
[내생각]어쭈. 그 사람 운한번 디게 없는 사람이네.
오늘도, 내일도 촌년만 쫒아 다닐것이다.
[내생각]촌년? 나? 어라? 이자식이 주글라구....ㅡㅡ+
그림자 처럼....
[내생각]진짜 삽질하네....ㅡㅡ+
학생들 : 푸하하하하~~~!!! 촌년? 윤지원 말하는거야? 하하하하하~~!!
디게 웃긴다!!
학생들은 나를 가리키며 웃기 시작했다.
난 얼굴이 빨게져 고개를 들수 없었다.
날 비웃던 학생들 중에서 경화의 목소리가 재일 컸다.
수원이는 뻔뻔하게 내 앞으로 오면서
수원 : 잘 쓰지 않았냐? 반응 봐라 죽이지?
나 : 엿 먹어라~!! ㅡㅡ凸
다음은 경화의 작시였다.
경화 : -전 당신의 그림자-
전 당신의 그림자가 되고 싶어요.
사랑하는 당신의 영원한 그림자가 될래요.
2학년 3반 김재환 오빠~~!!
전 당신의 그림자입니다.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당신의 그림자!!
사랑해요 오빠~~
또 다른 스토커 같은 작시였다.
김재환 때문에 완전 폐인이 되었구만....
선생님께서도 당황하셨는지 아무 말도 않아셨다.
다음은 현일의 작시를 낭독할 차례였다.
현일은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열기를 식힌 후 입을 열었다.
현일 : -그림자-
내가 슬플때나 기쁠때 언제나 내곁에 있어주는건 오직 그림자뿐.
그림자는 날 귀찮아 하지도 않고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준다.
아주 짧은 시였지만 현일의 시를 들으니 현일이 많이 외로워 하고 있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난 감성이 너무 풍부한것 같았다.
현일의 시만 들어도 현일의 기분까지 맞추는것 보니깐... ㅎㅎㅎㅎ
근데 이상한 눈초리로 날 보는건지 모르겠다.
다음은 마지막 내 차례가 되었다.
나 : 저는 아까 2학년 선배의 시에 대한 답시를 써는데요.
저의 시는 그 선배에게 갔다주셨으면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선생님.
일단 난 선생님께 나의 답시를 2학년 선배에게 전달 해 줄수 있는지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선생님 : (주저없이)그러지.
나 : -실루엣-
전 그 누구에게도 저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습니다.
언제나 실루엣에 가려 전 저의 진짜 모습을 잊곤 합니다.
그래서 전 저의 진짜 모습보다 실루엣에 가려진 저를 찾곤 했습니다.
전 당신의 사랑이 아닙니다.
전 그저 제 자신을 가리고 싶은 그런 보잘것 없는 실루엣 일뿐입니다.
난 진지하게 쓴 시를 낭독이 끝나자 갑자기 수원이가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다.
수원 : (푸하하하하) 야~ 촌년 누가 널 좋아하기라도 하는 모양이다.
하하하하하하~~~~~
나 : (소리를 지르며) 난 그냥 선배의 답시를 썻을 분이야!!
수원 : (큰소리로) 웃기고 있네~~~
수원과 나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살며시 선생님의 눈치를 살폈다.
선생님께선 조용히 시선을 창밖을 향하시며 투박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선생님 : 윤지원 학생의 답시는 훌륭했다.
그런데 수업시간에 목소리를 너무 키운것 같군.
다음 국어시간은 2학년 3반 교실에서 받도록
너희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께 말씀드릴테니....
준비하거라.
헉....
다음 국어시간을 2학년 교실에서?
그건 우릴 사자우리로 내 몰려는 뜻이었다.
아니...
우리가 아니라...
나만이었다...ㅠ.ㅠ
그렇지 않아도 난 지각때문에 찍혔는데 수업시간에 떠들어서 또 찍혔다.
경화는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경화 : 2학년 3반에 재환이 오빠도 있는거 알지?
나 : 헉!! 진짜? 나 죽었다....ㅠ.ㅠ
경화 : 선생님이 일부러 널 사자우리에 보내는것 같은데...
나 : 국어선생님 너무 하신다.... 나 어떡해...ㅠ.ㅠ
경화 : 그냥 가서 죽어라.
나 : ㅡㅡ+
경화 : 너 뒤집을 눈도 없으면서 왜 자꾸 뒤집니?
나 : ....
경화 : (오른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너 자꾸 재환이오빠 신경쓰이게 하지말아라.
우리 재환이 오빠 힘들어진다.
젠장!! 된장!! 쌈장!!
난 왜이렇게 되는 일이 없는거야....ㅠ.ㅠ
#7.
다음날. 옆반에 한 아이가 재환에게 A4용지 한장과 메모지 한장을 건네주고 갔다.
메모지엔 장규택 선생님의 필체로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 김재환, 어떤 학생이 너의 시에 대한 답시를 적은 것이다.-
재환은 A4용지에 휘갈긴 필체로 쓴 시를 읽기 시작했다.
-실루엣-
전 그 누구에게도 저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습니다.
언제나 실루엣에 가려 전 저의 진짜 모습을 잊곤 합니다.
그래서 전 저의 진짜 모습보다 실루엣에 가려진 저를 찾곤 했습니다.
실루엣에 가려진 진짜 저의 모습이 너무 초라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전 당신의 사랑이 아닙니다.
전 그저 제 자신을 가리고 싶은 그런 보잘것 없는 실루엣일 뿐입니다.
누가 썼는지도 모르는 답시 한장....
재환은 그 시를 몇번이나 보고 또 봤다.
너무 휘갈겨서 알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발로썼는지 손으로 썼는지 눈이 다 돌아갈 지경이다.
공포의 국어시간이 왔다.
2학년 3반 수업에 가기위해선 책상까지 가지고 가야했다.
우리반은 뽀글머리 담임이신 정석호 선생님의 수학시간이었다.
담임선생님께선 우릴 보며 이상한 미소를 보이셨다.
선생님 : 잘 다녀오게나... 하하하하....
책상을 챙기고 있던 수원과 나에게 선생님께선 비웃는듯한 말투로 우릴 배웅했다.
그게 배웅이었던가?? ㅡㅡa
내 생각으로는 배웅이 아니라 억지로 나가라고 내 몰리는 것임이 분명했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왜 이리 무서운지...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기 시작했다.
난 한숨만 나왔다.
수원이도 겁이 났는지 얼굴이 창백해 보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사실 책상이 너무 무거워서 얼굴색이 변했다고 나에게 말했다.
남자가 그렇게 힘이 없어서 어디다 써먹을련지... 끌끌끌...
아참...
지금 난 남 걱정 할 상황이 아니었는데....
우린 고개를 푹 숙인채 2학년 3반 뒷문으로 들어갔다.
장규택 선생님께선 활짝 웃으시며 우릴 반기셨다.
선생임 : 왔나? 말썽꾸러기들. 저 창가 맨뒤로 가서 앉아서 수업받도록.
선생님께선 창가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우린 고개를 푹 숙인채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우린 고개를 푹 숙인채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전부 남자들만 있었다.
모두 나만 바라보는 듯 했다.
선배1 : 얼굴이 영~ 아닌데....
선배2 : 몸매에 신경을 안쓰고 다니나 보네....
선배3 : 쟤, 여자 맞아?
선배4 : 여자 아닌거 같은데....
나 : (속으로) 젠장... 윽.... 미치겠다.
수원이와 난 창가 맨 뒤로 가서 책상을 가지런히 놓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창가 안쪽으로 수원이는 바깥쪽으로 앉았다.
선생님께선 뭐라고 어쩌구 저쩌구 하는 내용의 수업을 하시는데 우리와 진도가 맞지 않아 도저히 따라가질 못했다.
한참 수업을 받던중 수원이가 갑자기 내 옆구리를 자꾸 찌르기 시작했다.
수원 : (앞자리를 가리키며) 저거 니시 아냐?
나 : (선배들의 시선을 피하며) 말시키지마.
수원 : 니꺼 맞는데. 니꺼잖아. 잘 봐.
나 : 몰라!!
우리가 또다시 티격태격하고 있던중 목소리가 도가 지나쳤는지
우리 앞자리에 앉은 선배 둘이 뒤를 돌아 봤다.
헉.....!! @.@
제기랄...
난 얼른 고개를 숙였다.
내자리 바로 앞에 앉은 선배가 수원이에게 말했다.
선배1 : 너 혹시 이 시 누가 쓴신지 알고 있니?
수원 : (고개를 끄덕인 후 나를 가리키며) 어제 쟤가 쓴건데요.
선배1은 나를 뚫어지게 보았다.
난 고개를 숙인채 돌아보지 않았다.
선배1 옆자리에 앉아있던 선배2가 갑자기 선생님을 불렀다.
선배2 : 선님님 얘들이 아직 진도를 못 쫒아오는데 저희가 도와줘도 괜찮겠습니까?
선생님 : 그러거라.
선배2 : 감사합니다.
나는 더 깊숙한 곳에 머리를 쑤셔 넣었다.
잘 가려지지 않는 내 머리를 억지로 쑤셔넣었다.
선배2가 나를 한참을 뚫어져라 보더니 수원에게 내 이름을 물어보았다.
수원 : (눈치없이) 윤지원인데요.
선배2 : 반은?
수원 : 1반이요.
갈수록 태산이었다.
저 눈치없는 수원이 덕분에 난 이미 인간이길 포기했다.
선배2는 한참을 골똘이 생각하더니 선배1에게 말을 걸었다.
선배2 : (옆에 있는 선배1에게 귓속말로) 그애 같은데
선배1 : (놀란 표정+기대에 찬 표정) 정말?
선배2 : 그래. 맞아. 확실해.
선배1 : (나를 쿡쿡 찌르며) 야! 얼굴 좀 들어봐.
나 : 시러요....ㅠ.ㅠ
선배1 : (수원이에게) 너랑 친한 사이냐?
수원 : 우린 사촌인데요.
선배1 : 그래? 같은 반이냐?
수원 : 네.
선배1 : 이 시, 얘가 쓴거 맞냐?
수원 : 네.... 맞아요.
선배1 : 너, 나랑 자리 바꾸자.
수원 : (놀란표정으로) 네?
선배1 : 나랑 자리 바꾸자고!
수원 : (자리에서 일어나며)네....
선배1과 수원은 자리를 옮겼다.
선배1은 계속 날 계속 쿡쿡지르며 일어나보라고 재촉했다.
내가 계속 뭉을 쓰자 선배1이 선배2에게 어떠한 신호를 보냈다.
선배2 : 선생님! 여자애 자는데요.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요!
선생님 : (무서운 눈초리로) 윤지원! 일어나! 너 지금 여기가 어딘줄 알고 자는거냐!!
선생님께선 큰 소리로 호령하셨다.
난 어쩔수없이 고개를 들었다.
선배2가 나를 보자 웃으며 말했다.
선배2 : 재완아. 봐바.
재환?
헉!!!
난 고개를 들어 선배2를 봤다.
내게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봤던 남자...
그때 극장사건의 또 한명의 정장이었다.
그리고 내 옆자이레 앉는 선배1을 봤다.
'김.재.환.' 그가 앉아있었다.
그때 눈없없는 우리의 망할X의 수원이....
결코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고 말았다.
수원 : (한폰엔 손수건 한상을 들고선) 지원아. 이거 니꺼 아냐?
미친놈!
죽일놈!
망할놈!
저런게 친척이라고...
지금 당장 호적에서 내 이름을 파야겠다.
김재환과 선배2는 나를 놀라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재환 : 이거 정말 니꺼냐?
나 : .....
재환 : 이거 정말 니꺼냐구?
나 : .....
수원 : (눈치 없이 끼어들며) 이거 니꺼 맞잖아.
지난 니생일에 요요가 선물해준 손수건이라며 니가 엄청 자랑하고 다녔잖아.
왜 암말두 않해!
이런 젠장! 된장! 쌈장!
그때 내가 수원이에게 손수건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게 탈이었다.
빌어먹을...
저 수다쟁이 강수원...!!!
수원은 세원고에서 내가 실루엣인줄 전혀 모르는 줄 알았었다.
그저 대전에서 전학온 지각생 촌년으로만 날 찾아 다니고 있는 줄만 알았었다.
그게 문제였다.
나도 그런줄만 알았다.
재환 : 재경아! 이애. 그때 그 지각생 맞냐?
재경 : (고개를 끄덕이며) 웅. 맞아.
재환 : (수원을 바라보며) 이 손수건 얘꺼 분명하냐?
수원 : (움찔 하며) 네... 맞아요....
재환 : (나를 바라보며) 니가 실루엣이냐?
그때 수원이가 내 손수건에 적혀 있는 글을 찾아냈다.
+ 실루엣... 고마워요... 그마음 영원하길.... -김다영- +
수원 : (머리를 쥐어뜯으며) 젠장! 내가 미쳤지...ㅠ.ㅠ
재환 : 다시 물을께. 니가 실루엣이냐?
#8.
재환 : 다시 물을께. 니가 실루엣이냐?
딩~ 동~ 댕~~~~!!
그때 마침 수업 끝나는 종소리가 울렸다.
선생님게선 인사를 받고선 우리들에게 아무말 없이 교실 밖으로 나가셨다.
재환 : (나를 유심히 바라보며) 그때 니가 그런 눈으로 날 바라봤던거 기억나니?
나 : (아무말도 못한채 굳어버렸다.)....ㅡㅡ;;
재환 : 니 눈 참 예쁘다. 나 그 이후로 널 많이 찾아 다녔어.
수원 : (역시 굳어버림) 허...거....걱....
재환 : 나랑 사귀자.
나 : ......헉! ⊙.⊙; (숨이 넘어가려함)
난 아무말도 못한채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자꾸 내 귀에서 파리 소리가 들렸다.
엥~ 엥~ 엥~ 엥~ 엥~
난 나도 모르게 그자리를 피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2학년 3반 교실 밖으로 뛰쳐 나왔다.
뒤에서 재환의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재환 : 윤지원!
나랑 사귀자구!
어디가!
야! 야~!!
난 무조건 뛰었다.
가봤자 우리반 교실 밖에 없었지만...
그러나 난 교실이 아닌 체육관 뒤에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몸을 숨겼다.
심장 박동이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했다.
내 귓가에 재환의 목소리가 메아리 쳤다.
내 머리속에선 날 뚫어지게 바라보았던 재환의 얼굴로 가득차 있었다.
몇분인가 흐른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 얼른 그 자리를 피해야만 했다.
난 또다시 무조건 뛰었다.
뛰어봤자 벼룩이다.
결국 수업종소리때문에 우리 교실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우리반 아이들이 나를 바라보며 수근 거렸다.
물리선생님께서도 날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셨다.
현재 학교전체가 술렁이고 있었다.
세원짱 김재환이 1학년에게 고백했다는 소문이 금새 퍼져있었다.
그 사람이 난줄은 알고 있는것일까?
3학년 교실까지 소문이 났는지 3학년 3학년 선배중 한 명이 날 찾아왔다.
그것두 수업시간에....
나를 찾아 온것이었다.
내 책상까지 들고 3층에서 내려온 수원이도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3학년 선배 : 니가 윤지원이냐?
나 : (선배의 굵고 투박한 목소리에 얼어버림) .... 네......
3학년 선배 : (오른손을 내밀며) 반갑다.
나 : (그 손을 덥썩 잡으며) 네.... 반...갑....습....니.....다.......
3학년 선배의 출연에 우리반 아이들 역시 모두 얼어버린듯 했다.
선생님까지도....
교실안은 너무나 평온하고 조용했다.
아니.
교실안은 평온하다고는 안하겠다.
그냥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선배는 190이 넘는 거구에다 덩치가 아주 컸다.
3학년 선배 : 난 세원고 'SP'의 리더 우태경이다.
선배는 아주 상냥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목소리였다.
차라리 아까처럼 굵고 투박한 목소리가 더 어울렸다.
그목소리가 나를 더욱더 얼게 만들었다.
3학년 선배 : 재환이를 부탁한다.
경화 : 허...거...거...걱.... 뽀글뽀글뽀글.......
내 뒤에서 머리를 만지던 경화가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 버렸다.
수원이 , 현일이 역시 상태가 많이 않좋아 보였다.
3학년 선배 : 재환이가 예전부터 널 찾는다는거 들었다.
니가 어떻게 생각할 지는 모르겠지만
재환이에겐 니가 첫 여자인것만은 분명하다.
앞으로 잘해 봐라.
부탁이다.
선배는 솥뚜껑같은 손으로 현일의 책상을 '쾅'하는 소리가 나게 힘껏 내리쳤다.
현일은 잠시 굳어버리더니 어느새 책상위로 픽 쓰러져 버렸다.
그만큼 그 선배의 기세가 장난이 아니었다.
나 : (부들부들떨면서) 아.... 네.....(끄덕끄덕)
내 생에 이렇게 무서운 사람은 우리 아빠말고 처음이었다.
내 정면엔 그의 가슴에 박힌 명찰밖에 모이지 않았고
그의 덩치때문에 주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일부러 나를 위해 허리를 숙이는 메너를 보였지만 난 그게 더 불안했다.
3학년 선배 : (웃으며) 고맙다.
선배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만 툭 던지고선 유유히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선생님께서도 넋이 나간 표정으로 우릴 바라보셨다.
선생님 : 이번 시간은 자습해라.
이 단한마디만 남겨 놓고 유유히 사라지셨다.
자욱한 연기만 남기고....ㅡㅡ;;
우리반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아무도 나에게 이랬냐 저랬냐라는 질문이 오가지 않았다.
그 들은 이미 내가 실루엣이란걸 알아버렸던 것이었다.
재환이 실루엣을 찾는 다는건 우리들(수원이랑 나랑)만 모르고 전교생이 다 알고 있었다.
아니,
우리도 알고 있었다.
그건 그 누구보다도 더 잘알고 있었다.
하지만 재환이 어떤 이유로 실루엣을 찾는지에 대해선 우리만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문이란 건 정말 무서웠다.
언제나 캔디의 친구였던 나의 핸드폰에 문자메세지가 왔다.
- 어떻게 할꺼냐?
9반으로 반배정으로 받은 깡통이었다.
난 한참을 고민을 하다 답장을 보냈다.
- 나 대전으로 갈래...ㅠ.ㅠ
- 그놈들 널 안 이상 대전은 기본이고 하늘 끝까지 따라다닐꺼야.
- 그럼 어떻게 하라고?
- 사겨
- 미쳤냐?
- 그럼. 딱 한가지 방법있다.
- 뭔데?
- 수술해.
-뜬금없이 무슨 수술?
- 성.전.환.수.술.
- 죽고싶냐?
- 아니다. 차라리 죽어버리는게 낫겠다.
- 넌 친구도 아냐!
한참동안 깡통과 문자를 주고 받는동안 내 옆자리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는걸 느낄수 있었다.
난 반자동적으로 옆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현일이가 재환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내가 갑자기 왜 이러는거지?
내가 미쳤나?
나 : 헉! (눈을 부비며-상황이 변하지 않았다는것을 알고) 왜 여기 있어요?
재환 : (웃으며) 보고 싶어서...
나 : 수업시간 이잖아요.
재환 :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나왔어. 너무 걱정마.
나 : 거짓말 잘하는 모양이네요.
재환 : (실실 웃으며) 고맙다.
나 : 뭐가요?
재환 : 나랑 사귀는거 승낙해 줘서. ^^*
나 : (황당한 표정으로) 누가 그래욧!
재환 : 니가 그랬다던데....
나 : 못살아....ㅠ.ㅠ (머리를 쥐어뜯으며) 내가 왜 그랬지?...ㅠ.ㅠ
이제 수업들어가세요.
재환 : 그런데 너 말 잘하네. 아깐 왜 암말도 없었니?
나 : 그거야...
재환 : 근데 왜 자꾸 도망가니?
나 : 근데 왜 자꾸 저 쫒아다녀요?
재환 : '실루엣'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그리고 고맙단 말도 하고 싶어서....
나 : 그렇다고 사람을 개패듯이 패고? 그것도 어린 여자애를요?
재환 : 그건 미안해... 내 친구가 실수 좀 했어.
나 : 그 친구는 실수로 사람을 패고 칼로 사람을 찌르기까지 하나요?
재환 : 그것두 미안해. 고의가 아니었어.
나 : 그 친구란 사람 진짜 무섭군요. 어떻게 그렇게 할수있죠?
재환 : 미안해... 내가 그 친구에게 어떻게든 '실루엣'을 찾으라고 해서 그런 실수를 한거야.
나 : 실수? 실수로 사람까지 죽이겠네요.
재환 : 내가 대신 사과할께. 나때문에 그런거야.
나 : 짱이면 그런식으로 사람을 시켜도 되는거에요?
재환 : 짱? 나 짱아닌데...
나 : 이미 소문이 쫙~ 퍼졌던데요. 김재환이란 사람이 짱이라고...
재환 : 김재환이란는 사람이 짱은 맞는데 내가 아니라 3학년 김재환인데....ㅡㅡ;;
나 : 진짜요?
재환 : 웅... 진짜 맞아.... 그리고 난 2학년 짱이긴 한데 학교짱은 3학년 형이야... 나중에 소개해 줄까?
나 : ㅡㅡa 됐어요. 근데 2학년 짱인건 맞아요?
재환 : 진짜라니깐....ㅡㅡ;;
옆에서 넋이 나간 표정으로 우릴 바라보던 수원이 갑자기 큰소리로 소리쳤다.
수원 : 지원이가 칼에 맞아 피를 많이 흘렸어요.
나 : (소리치며) 시끄러!
수원 : 미워....
나 : (재환에게)그런데 고맙단 말을 칼질로 하는 사람은 처음이군요....
재환 : 미안해.... 그애 데리고 와서 빌라고 할까?
나 : 됐어요. 이제 그만 가요.
재환은 난감한 표정으로 날 쳐다 보았다.
난 꼴보기도 싫다는 듯한 표정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때 수원이 재환에게 뭐라고 속삭이는거 같았다.
재환이 나의 두꺼운 팔뚝을 쿡쿡찌렀다.
재환 : 미워.....(자기가 해도 무안한지 괜히 딴청을 피운다.)
이게 뭔 헛고리람?
강수원.... 진짜 좋은거 가르쳐 준다.
경화는 완전히 폐인이 되어 들어 누워버렸고 현일은 자리를 빼앗긴채 뒤에서 우두커니 서있었다.
우리반 아이들도 이상한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교실 안에 한동안 정막이 흘렀다.
내 머릿속은 돌로 가득채워져 있는지 달그락달그락 소리만 났고
사교성이 좋은 우리 수원이는 어느새 재환과 쿵짝이 맞아 킥킥대고 있었다.
나 :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선생님한테 혼나요.
재환 : 걱정해 줘서 고마운데 문제 없어.
나 : 그럼 내가 곤란해 지잖아요.
재환 : 내가 대신 말해 줄께.
나 : (혼잣말로) 아빠가 이사장이라도 되는 모양이지....
재환 : (귀도 밝음) 아빠가 아니라 할아버지가 이사장인데....
나 : 헉.... 뜨끔....
재환 : 너희 아빤 뭐하시니?
수원 : (중간에 끼어들면서) 교도소 소장이래요.
나 : 입닥쳐! 한번만 더 주둥이 열면 바늘로 꼬매버린다.
수원 : 미워...
나 : 할말없으면 맨날 '미워'래....
재환 : 진짜? 어느 교도소 다니시는데?
나 : 교도소 소장은 별명이시구요.
강력계 형사신데 전과범들을 하도 감시하고 다니시다 보니깐
별명이 교도소 소장이란 별명이 생기셨어요.
재환 : 경찰? 멋진데... 그것도 강력계 형사라....
수원 : 멋있죠? 근데 형사는 그리 좋은 직업도 아닌거 같아요.
재환 : 왜? 멋있어 보이잖아. 총도 들고 다니고....
수원 : 맨날 범인 잡는다고 집에도 못들어오고,
밥 한끼 챙겨먹는것두 힘들고,
월급도 그리 많지도 않고,
몇 일동안 잠도 못자면서 잠복도 해야하고,
생명에 위협같은것두 감수해야되잖아요.
그래서 지원이가 우리집에서 사는거에요.
재환 : 너희 같은 집에 사니?
수원 : 네.. 지원이네 엄마가 돌아가신 후 6년간 우리집에서 살았어요.
재환 : 지원이네 엄마 돌아가셨니?
수원 : 교통사고.... (자기가 실수한걸 아는지 말끝을 흐렸다.)
나 : 조용히 해라... 더이상 엄마 얘기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재환 : 우리 엄마, 아빤 이혼하셨는데....
재환은 슬픈눈으로 지원을 바라보며 얘기를 했다.
그리고 한참을 고개를 떨구고 있더니
'전화할께'라는 말만 남기고 2학년 교실로 올라가 버렸다.
저 망할놈의 강수원 자식!!
도대체 저놈이랑 내가 무슨 왠수가 졌는지...
진짜 돌아버릴 지경이다.
난 엄마얘기를 하는걸 제일 싫어했다.
엄마 얘기만 하면 울컥 눈물이 먼저 쏟아질것 같았기 때문이다.
바보같이....
바보같은 강수원!
그러나 수원이보다 슬픈눈으로 날 바라보았던 재환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9.
나는 어의없게 재환과 사귀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왠지 난 재환을 피하기만 하였다.
혹시나 복도에서 마주칠까봐 조마조마하고
우리교실로 불쑥 찾아오진 않을까 불안했다.
내가 왜 이렇게 재환을 피하고 다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재환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재환도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우연히 복도에서 마주치지도 않고
불쑥 교실로 찾아오지도 않았다.
수원 : 재환이형 요즘에 않보이던데 왜 그러는지 아냐?
나 :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수원 : (끌끌끌) 앤이 그것두 모르냐?
나 : 시끄러!
수원 : 재환이형 병원에 입원했다던데...
몇일전에 성환고짱이랑 맞짱 떴는데 엄청 깨졌데....
중얼중얼중얼....
수원은 뭐라고 뭐라고 계속 중얼거렸다.
내 귓가엔 그저 파리 대 여섯마리가 날아다니는 소리만 들렸다.
엥~ 엥~ 엥~ 엥~ 엥~ 엥~ 윙~ 윙~ 윙~ 윙~
대여섯마리가 아니라 한 열마리정도는 되는것 같았다.
왠지 걱정이 되었다.
성환고 짱이면 3학년일테고...
재환은 아직 2학년일 뿐이었다.
세원고 짱도 아닌 겨우 2학년 짱이 성환고와 맞짱을 뜬다는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재환과 성환고짱의 대결은 특종중의 특종이었는데 난 그 소문을 듣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반 아이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혹시 나만 모르게 서로 숨기고 있는듯한 예감이 들었다.
수원이가 아니었다면 재환의 입원소식을 전혀 알지 못했을것이다.
수원이도 어딘가 써 먹을데가 있군....
왠지 수원이가 고마워졌다.
나는 현일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나 : 현일아.
현일 : (공부중) 왜?
나 : 혹시 재환이 오빠 입원소식 알고 있니?
현일 : 응.
나 : 왜 말안했어?
현일 : 재경이 형이 너한테 말하면 죽여버린데....
나 : 그래?
현일 : 웅.
또 다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럼 수원은 죽음을 무릅쓰고 나에게 재환의 입원소식을 말해준거구나...
고마운 수원이...
그때 수원이가 갑자기 뜬금없는 한마디에 날 얼려버렸다.
수원 : 오늘 매형 병문안 가자.
나: ....
수원 : 갈꺼지?
나 : 누가 매형이라는 거야?
수원 : 당연히 재환이 형이지 누구겠어.... ^^*
나 : 시끄러!
내가 왜 이러는거지...
갑자기 슬픈눈으로 날 바라보았던 재환의 얼굴이 내 머리속에서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었다.
나 : (속으로) 내가 왜 재환을 걱정하는거지?
가슴이 답답했다.
머리속이 복잡했다.
그런데...
내가 왜 이러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 생각없이 깡통에게 문자를 보냈다.
- 깡통아. 나 왕따 된거 같아.
깡통의 답장이 바로 왔다.
- 왜?
- 나만 재환이 오빠 입원소식을 모르고 있었어.
한참동안 답이 없던 깡통이 답장을 보냈다.
- 너 왕따 맞아.
- 젠장!
너무 화가 났다.
왜 나만 몰랐던건지 그냥 화가 치밀러 올랐다.
- 너 왜 화내고 그러냐? 너 재환이형 진짜 좋아하냐?
깡통의 문자가 날 멍하게 만들었다.
내가 왜 화를 내는거지?
내가 왜 재환의 걱정을 하는거지?
내가 왜 머리속이 복잡한 거지?
내가 왜 가슴이 답답한거지?
수원 : 너 요즘 왜그러냐?
나 : 왜?
수원 : 자구 복도에서 기웃기웃거리고, 교실에선 밖에만 바라보고 있고.
나 : ....
수원 : 누구 기다리는 사람 있는거 아냐? 중얼중얼중얼.....
말많은 수원이 때문에 매 머리속이 더 복잡해 졌다.
나도 내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내가 왜 그랬을까?
깡통 말대로 내가 재환을 좋아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남자친구와 사켜본 경험이 없던 나는 누굴 좋아하는 감정이 어떤건지 잘 몰랐었다.
내가 이성으로써 누굴 좋아한다는건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재환의 고백을 받은 후 부터 내 머리속엔 재환만 떠 돌아 다니고 있었고
내 왼쪽 가슴은 재환만 보면 자꾸만 요동쳤다.
갑자기 병실에 누워있는 재환의 모습이 떠올랐다.
온몸에 붕대를 칭칭감고 산소호흡기로 겨우 목숨을 부지하는 재환의 모습을 상상하자 가슴이 아파왔다.
나 : (혼잣말로) 도대체 어떤 자식이 그렇게 만들었어!!
너무 흥분한 나머지 혼잣말로 한다는게 목소리가 갑자기 커져버렸다.
현일과 수원이 깜짝 놀라며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다.
경화는 짜증난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경화 : 조용히 좀 해 시끄러워 죽겠네....ㅡㅡ+
경화는 다른 애들처럼 내가 실루엣인줄 알면서도 예전처럼 날 대해주었다.
난 경화는 솔직함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경화가 내 뒤에서 레이져 광선을 쏘아도 난 경화가 좋았다.
경화는 한마디 툭 던져 놓고 계속 잠에 빠졌다.
또 재환이 꿈을 꾸는것 같았다.
자기가 무슨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도 되는양....ㅡㅡ^
수원 : (내 눈치를 살피며) 성환고 손지형이라고 3학년인데.... 중얼중얼중얼....
성환고 손.지.형......
음...
난 내 머릿속에 성환고 손지형이란 이름을 메모리 시켜두었다.
수원 : 싸울려고? 너 싸움같은거 안한다며....
나 : 누가 싸운다고 그래!!
수원 : 그런데 그건 왜 물어봐?
나 : 그래! 안싸워!
수원 : 재환이형이 불쌍하다.
얼굴도 못생기고,
뚱뚱하고,
성격도 괴팍한 저런 여자랑 사귀려니 얼마나 힘들까~!!
불쌍한 재환이형은 지금쯤 병원에 누워
못생기고 뚱뚱하고 성격나쁜 여자 생각하며 지내고 있을텐데....
끌끌끌....
나 : 시끄러~!!
수원 : 너한테 얘기한거 아냐. 그냥 혼잣말 한거야....
나 : ㅡㅡ+
수원 : 니 눈에서 레이져 나온다.
나 : 시끄러!
수원 : 맨날 할말 없으면 '시끄러'래... 미워...ㅠ.ㅠ
나 : (조용히) 조용히 좀 해라....
재환 생각만 하면 자구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정말 미칠것만 같았다.
생각을 하지 않으려해도 자꾸 머리속에서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레이오빤 날 보며 사랑에 빠졌다며 놀려댔다.
레이 : 지원이도 이제 사랑에 눈을 떴구나...하하하하하....
나 : 그만 좀 놀리세요. 전 답답해 죽겠어요.
레이 : 그게 사랑을 한다는 증거야. 이제 시작한다는 뜻이지...
나 : 아니에요. 사랑 그런거 절대 아니에요!
레이 : 아니길... 너 혹시 재환이가 니 머리속에서 왔다갔다 하지 않니?
나 : (끄덕이며).....네... 그래요....
레이 : 재환이가 혹시 너와 마주칠까 두리번 거리진 않니?
나 : (그저 고개만 끄덕인다.)....
레이 : 재환이 생각만 하면 가슴이 뛰지?
나 :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레이 : 자꾸 가슴이 설레이기도 하고
니 눈앞에 재환이의 모습이 왔다갔다하고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걱정이 되고 목소리가 듣고 싶고....
나 : .....
레이 : 거봐, 넌 재환이를 좋아하는거야.
나 : ....
레이 : 부정해도 사실은 변하지 않는단다.
나 : 아니라니깐요!
레이 : 니 맘을 속이려 하지마.
애써 부인해봐도 결코 속일 수 없어.
지원아.
사랑은 아무말도, 소리도, 움직임도 없이 찾아왔다가 다시 사라지는거야.
사랑은 그냥 받아들이는 거야.
니가 아무리 부인하거나 속이려 해봤자
사랑은 너에게 찾아오는걸 막을 수 없어.
그건 자연의 순리이고 이지이기도 해.
지원아.
너에게 찾아온 사랑은 너에게 주어진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여라.
#10.
더이상 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나 자신과 굳게 다짐을 했건만
더이상 사고를 안치겠다고 무서운 아빠와 약속을 했건만
나의 사랑을 위해선 난 주먹을 써야만 했다.
난 결코 옳은 일이 아닌걸 알면서도 어쩔수 없었다.
성환고 손지형이란 사람은 185정도의 키에 덩치가 아주 컸다.
족히 90kg은 넘는것 같았았다.
유도선수라 그런지 운동으로 다져진 그의 몸매는 예술(?) 이었다.
나 : 세원고 2학년인 김재환의 치욕을 갚기위해 여기에 왔다.
손지형 : 웃기고 있네... 기지배 주제에 겁도 없군... 흐흐흐...
손지형은 건방진 태도로 날 비웃었다.
그가 나를 비웃든 말든 난 상관없었다.
오직 내 머리속과 내 가슴속엔 재환뿐이었다.
사실...
난 단순무식이라 앞뒤를 생각하지 않았다.
난 처음으로 실루엣이란 이름을 벗어 던지고 '윤지원'이란 이름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 : 난 김재환의 여자친구인 실루엣 '윤지원'이다.
난 눈을 부릅뜨며 손지형을 노려보았다.
손지형은 내가 실루엣이란 이름을 말하자 잠시 움찔 하더니 다시 비웃는 듯한 웃음소리를 냈다.
손지형 : 허허... 니가 진짜 실루엣인지 실자루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너랑 놀아줄 시간 없으니 집에가서 인형 놀이나 하지그래?
아니면 엄마랑 수다나 떨든지.... 하하하하...
뭐라고?
이 자식이 지금 내게 뭐라고 한거야?
어떻게 내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난 갑자기 내 가슴속에서 커다란 붕덩이가 머리 위로 솟구쳤다.
난 불끈쥐고 있던 오른쪽 주먹으로 손지형의 나불거리는 주둥이를 향해 있는 힘껏 날렸다.
순간 손지형이 주춤거리자 그때를 놓칠 수 없던 나는 손지형의 배를 향해 다시 주먹을 날렸다.
그는 배를 잡고 고통스러워 하자
이번에 오른쪽 발을 번쩍들어 그의 등을 내려쳤다.
손지형은 다시 주춤거리더니 철퍼덕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주위에서 구경하던 성환고 녀석들이 놀란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 : 다음부터 세원고를 건들면 다들 내 손에 죽는다.
내 말이 끝나자 마자 그 녀석들은 서로 엉켜 갈팡질팡하다 각자 흩어지며 도망갔다.
손지형은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유도선수라고 하더니
지금 보니 보통학생과 다를바 없는것 같았다.
너무 약했다.
내가 보기엔 그랬다.
아니면 내가 너무 흥분(?)을 해서 그랬는지
재환에 대한 내 마음이 그만큼 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날 보다 내 주먹엔 많은 힘이 들어갔었다.
그만큼 그의 충격이 컸을 것이다.
나 : 넌 성환고 짱이다.
그러나 넌 내 앞에선 내 꼬붕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날 이기면 난 너의 꼬붕이다.
날 너의 꼬붕으로 만들고 싶다면 날 이겨라.
무조건 이겨라.
그러지 못한다면 넌 나의 꼬붕에서 벗어나기 힘들것이다.
꼬붕이 짱에게 어떻게 하는지 알지?
어디서든 날 보면 90도로 인사하고
'누님'이라고 불러라.
내가 나이가 어려도 누님이라고 불러라.
싫다면 내가 그 주둥아리를 다시한번 갈려줄테니...
다신 나불거리지 못하도록...
나와 맞짱을 뜨고 싶다면 언제든지 와라
집에서 인형놀이 하면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씨~~~~~~~~~익~~~~~~~~~~
내가 한말이긴 하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멋있는 맨트였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수원이에게 이 말을 해줬더니 배꼽잡고 마구 굴렀다.
집에서 인형놀이 하면서 기다린다고 한말이 우끼다며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화가난 나는 수원이를 이불로 돌돌말아서 장롱속에 처박아 놔 버렸다.
의사이신 고모와 고모부께서 밤늦게 퇴근한 후에야 수원을 발견하고선
수원이를 장롱속에서 꺼내 주었다.
수원은 그 속에서 잠까지 잔 모양이었다.
그래도 수원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일요일 아침.
수원이와 나는 재환의 병문안을 가기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수원 : 서방님 만나러 가는데 옷좀 신경써서 입지 그러냐?
나 : 왜그래? 이래봐도 엄청 신경 많이 쓴건데....
수원은 내가 신경을 많이 썼다는 말에 나를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하나로 묶은 머리,
하얀 티위에 베이지색 가디건,
구제 청바지,
대충바른 듯한 스킨, 로션....
수원이는 나를 한참을 바라보다 골똘히 뭔가를 생각을 하더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
한 시간 후 경화가 내앞에 모습을 모였다.
나 : 쟤는 왜 불렀냐?
수원 : 너의 일일 코디가 될꺼야.
나 : 너 무슨 생각으로 부른거냐?
수원 : 니가 그렇게 가면 내가 쪽팔리단 말이야...
나 : 근데 재는 왜 불렀냐구?
수원 : 너의 변신을 위해서... 그래서 경화의 도움이 필요했어.
나 : 쟤가 순순히 내 코디가 되주겠다냐?
혹시 이상하게 만들어 버릴지도 모르잖아.
수원 : 재환이형 병문안 같이 가자니깐 눈이 뒤집히던데...ㅡㅡ
나 : 내가 미쳐....ㅠ.ㅠ
수원 : (눈치없이) 나 잘했지? 이쁘지?
나 : 시끄러!
수원 : 맨날 나만 미워해...흑흑흑
나 : 지랄도 병이다. 삽질 그만 해라.
나는 하는 수 없이 내몸을 경화에게 맡겼다.
내 걱정과는 달리 경화는 나에게 온갖 정성을 다 쏟아 부었다.
보기와는 달리 섬세함면도 갖추고 있었다.
가식이 없던 경화는 나의 삐져나온 살들을 보며 궁시렁 거렸다.
경화 : 아줌마도 이렇게까지 살이 많지는 않을것이다.
운동을 좀 했다는 애가 몸매가 왜 이러냐?
나 : 운동을 하다 안하니깐 살이 갑자기 이렇게 찌더라.
병원으로 가는 택시안에서 나는 처참한 몰골로 병실에 누워있는 재환을 생각하니 여간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난 앞좌석에 앉고 수원과 경화는 뒷자석에 나란히 앉았다.
수원과 경화는 나를 보며 뭐라고 궁시렁 궁시렁 거렸다.
나 : 조용히 좀 해라.
수원 : (소심) 궁시렁 궁시렁 궁시렁....
나 : 조용히 해!!
수원 : (놀라며) 맨날 나만 미워해...
나 : 그만 좀 해라...
수원 : 재환이 형한테 다 일러버릴꼬야....
나 : 맘대로 해.
수원 : 지원이 미워...ㅠ.ㅠ
나 : 지랄도 병이다.
수원 : .....ㅠ.ㅠ
경화 : (수원이를 토닥거리며) 뚜~ 욱!
수원 : 뚝. 훌쩍.
경화 : 아~ 구 우리 애기 착하네....^^*
수원 : 엄마~ 나 까까사죠~~
나 : 조용히안하면 나 혼자 간다.
수원, 경화 : 조용.....
둘은 잠시 조용해 졌다가 다시 궁시렁 거리기 시작했다.
참는 자에게 복이 오나이니...
참자...
참자...
참자...
참을 인 세개면 살인도 면한다.
난 온갖 인내심을 가지고 병원안에 까지 무사히 도착 할 수 있었다.
수원과 경화는 입이 삐죽나와서 계속 궁시렁 거리고 있었다.
나 : 그만좀 궁시렁 거리고 입도 집어 넣지 그러냐?
수원, 경화 : (입을 집어넣으며) 알았어...ㅡㅡ^
#11.
재환의 병실은 408호였다.
수원과 경화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후 4층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에서 곧바로 몇 발자국 가니 408호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재환이 누워있는 408호 앞에 다다르자 갑자기 가슴이 콩닥콩닥 거리기 시작했다.
나 : 니네 먼저 들어가라.
수원 : 그러지 뭐....
수원은 408호라 적혀진 문 앞에서서 노크를 했다.
안네선 아무 대답도 없었다.
수원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병실안으로 들어갔다.
그 다음 경화가 들어 갔고, 다음은 내가 안으로 들어갔다.
병실 안으로 들어가자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나 : 여기서 누가 너구리 잡나?
난 손으로 입을 막으며 창문을 찾았 활짝 열었다.
희뿌연 연기속에서 희미하게 두명의 사람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재경과 재환이었다.
재경 : (놀란 눈으로) 저 애 누구냐?
재환 : 글쎄... 어디서 많이 본듯 한데....
재경 : (담배를 다시 입으로 가져가며) 혹시 지원이 아냐?
재환 : (역시 담배를 입으로 가져가며) 비슷하긴 한데 지원이가 저렇게 날씬하지도 예쁘지도 않았는데...ㅡ;;
재경 : (담배 연기를 내 뿜으며) 하긴... 그냥 비슷한 애일꺼야. 근데 너 아는애냐?
재환 : (역시 연기를 뿜으며) 글쎄... 기억이 잘 안나는데...ㅡㅡ;;
누구지??
누구세요?
혹시 저 아세요?
나 : (화를 내며) 뭐하는 거에요! 누가 병실에서 담배 피우는거에요!
재경 : (놀라며) 재환아, 지원이 맞나 보다.
담배를 물고 있던 재경과 재환이 나를 바라보며 눈이 토끼 눈이 되었다.
수원과 경화는 담배연기를 피해 창문에 매달려 있었다.
수원 : 누가 보면 불난줄 알겠다. 콜록콜록콜록....
경화 : 그러게 말야... 켁켁켁!!
수원과 경화는 담배를 피지 않았기 때문에 상당히 괴로워 했다.
나?
나야 당연히 안핀다.
건강을 위해서... ㅎㅎㅎㅎ
안핀다는데 왜 다들 이상한 눈으로 보는거지?
왜 사람을 안믿고 그러시나이까?
그럼 안되죠~!!
재환 : 너 지원이 맞냐?
나 : ..... ㅡㅡ+ 찌~~릿~~~
재환 : 진짜 맞냐?
나 : 진짜 맞아요!
재환 : (날 뚫어지게 바라보며) 수술했냐?
나 : (재환의 뒤통수를 치며) 시끄러! (너무 과격한가?)
재환 :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 다시 실실 웃는다.) 미얀...^^*
나 : (씩씩거리며) 근데 환자가 환자복도 안 입고 왠 담배를 그렇게 펴요?
재환 : (계속 웃으며) 나 오늘 퇴원해. 담배 한까치 밖에 안피웠어. 진짜야. 이것만 피고 갈여고...
나 : 근데 왜 계속 실실거려요?
재환 : 니가 와서 좋으니깐. 오늘 디게 예쁘네...^^ 계속 그렇게 하고 다녀...
나 : 수원이가 같이 다니기 쪽팔리다고 해서 어쩔수 없이 이렇게 한거에요.
재환 : (크게 웃으며) 근데 그 많은 살들은 다 어디갔냐? 몇일 굶었냐?
나 : 경화가 억지로 코르셋 입혔어요. 그래서 날씬하게 보이는 거에요.
재환 : (어두운 표정으로) 다음 부턴 코르셋 입지마. 건강에 않좋아. 애기도 낳아야지...
나 : 오늘만 입은거에요. 경화가 억지로 입으라고 해서... 살이 많이 삐져 나온다고....ㅡㅡ;;
재환 : 근데 나보려구 일부러 이렇게 차려입고 화장까지 한거야?
나 : 됐네요.
재환 : (환하게 웃으며) 우리 둘이 놀러갈래?
나 : 둘이서만요? 어디요?
재환 : 어디든...
나 : (수원, 경화, 재경을 가리키며) 저 인간들은요?
재환 : 버리고 가자.
재환의 한마디에 재경은 수원과 경화를 끌고 병실 밖으로 나가 버렸다.
수원과 경화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재경의 손에 이끌려 쫒겨 났다.
그때 복도에서 경화의 목소리가 들렸다.
경화 :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나요! 안가~!! 나 안가요!! 싫어요!!
재환은 병실 밖으로 나가며 재경에게 한마디 던졌다.
재환 : 안에 넣고 문 잠궈버려.
재환의 조용한 한마디에 경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경화 : 같이 가면 안될까요?
재환 : 지원이랑 둘이 갈꺼야. 넌 재경이랑 놀아.
경화 : 재경이 오빤.... 재경이 오빤..... 무섭단 말이에요! 싫어요.
경화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려 버릴것 같은 표정이었다.
재환은 경화를 본채 만채 하고선 나를 끌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뒤에서 재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재경 : (경화에게) 나 무섭냐? 진짜 무서워?
경화 : ..... 네... 무....서....워....요.....
재경 : (웃으며) 이래봐도 난 부드러운 남자야....^^;
경화 : (얼어버림)
수원 : (할말 없음. 할말 구상중....) 궁시렁 궁시렁.... (왜 궁시렁 거리는지는 모르겠음.)
엘리베이터 안.
재환 : (쑥스러워하며) 고마워...^^*
나 : (뻔뻔하게) 뭘....^^;
재환 : (웃으며) 니가 이렇게 찾아 올줄 생각도 못했어.
나 : (하하하) 고마우면 아이스크림 사죠.
재환 : 아이스크림 먹고싶니?
나 : 웅.
재환 : 살찌는데...
나 : 그래도 사죠.
재환 : 근데 아까부터 계속 반말이냐?
나도 그 순간 재환에게 반말을 하고 있다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나 : (얼굴에 철판깔고) 내 맘이야.
재환 : 민증까봐!
나 : 아직 민증 없어...
재환 : 그럼 학생증 까봐.
나 : 왜 까야 하는데?
재환 : (억지로 내 가방을 뺏았아서 지갑에서 학생증을 꺼낸다.) 음....
8X0219-2XXXXXX 잘봤어.
근데 사진 디게 우끼게 나왔다.
근데 너 2월생이냐?
학교 일찍 들어온거네...
나 : (지갑을 빼앗으며) 왜 남의 사진보면서 웃어!
재환 : 웃끼니깐 웃지...
나 : (시무룩...) 니꺼 죠.
재환 : 난 너보다 두살이나 많은데 오빠라고 해야지. 니가 뭐냐?
나 : (궁시렁궁시렁) 오빠꺼 까봐.
재환 : 나 그런거 안가지고 다녀.
나는 억지로 재환의 주머니를 뒤지며 지갑하나를 찾아냈다.
난 재환에게 음흉한 눈빛을 보낸 뒤 지갑을 열었다.
지갑을 열자마자 번쩍번쩍한 골드카드 세장과
하얗고 뻣뻣한 십만원권 수표 서너장. 그리고 학생증이 보였다.
난 학생증을 지갑에서 빼보았다.
8X0610-1XXXXXX
생일이 몇달 안남았네....
학생증 속의 재환의 사진은 너무 멋있었다.
지금 내 옆에서 입을 삐쭉 내민채 날바라보고 있는 재환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보였다.
사진속의 재환은 너무나 진지해 보였고 멋있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재환의 모습도 너무나 멋있었다.
히히히히~~~
재환이 갑자기 지갑을 빼앗으며
재환 : 사진 그만봐.
나 : 사진빨 하난 끝내주네....
재환 : (우쭐거리며) 원래 원판이 되니깐~~ ㅎㅎㅎㅎㅎ
나 : 말을 말아야지...ㅡㅡ
재환 : 히히히히히
우린 병원에서 나와 시내로 향했다.
난 불편한 재환을 위해 택시를 타고 가자고 했지만
재환은 굳이 나와 나란히 걷고 싶다며 시내까지 걸어가자고 했다.
난 어쩔수 없이 재환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재환 : 지원아.
나 : 왜?
재환 : 고마워.
나 : 아까 했잖아.
재환 : 그거 말구.....
나 : 그럼?
재환 : 성환고 손지형....
나 : 별거아니야...
재환 : 그게....
나 : 왜?
재환 : ...... (우물쭈물거리며)
나 : 뭔데? 말해봐.
재환 : 니가 손지형 깼다고 하니깐 놀랐어.
나 : 별거 아냐.
재환 : 근데....
나 : 근데 왜? 왜 그렇게 답답하게 굴어?
재환 : 있잖아... 사실... 나 손지형에게 깨져서 병원에 입원한거 아냐....
나 : 뭐?
재환 : 사실은... 손지형이 나한테 깨졌는데...
손지형과 한판한 다음에....
재경이가 한턱 쏜다고 해서 술집가서 술 떡이 되도록 마시다가
화장실 가려고 일어서는데...
탁자에 발이 걸려서 넘어져서 오른쪽 발목을 약간 삐고
오른쪽 어깨를 좀 다친거 뿐이었어....
재환은 미안한 표정으로 나를을 바라보았다.
난 너무 황당했다.
뭐야 이자식?
겨우 술먹고 지랄하다 넘어져서 입원한거였어?
그것두 탁자에 넘어져서?
겨우 다리랑 어깨 다쳐서 입원했어?
나원참...
진짜 우꼈다.
어의 없었다.
너무 황당했다.
재환 : (어두운 표정으로) 근데... 나도 잘못하면 그렇게 팰꺼야?
나 : (재환을 째려보며) 하는거 보면서...ㅡㅡ+
재환 : 나 미워하지마....
나 : 갑자기 왜 그래?
재환 : 그냥... 하는 말이야... 그냥 나 미워하지마.... 제발 미워하지 말아죠.
재환은 예전과 같이 슬픈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슬픈 얼굴의 재환을 보내 내 가슴이 너무 아려왔다.
나 : 누가 널 미워한데? 근데 갑자기 왜그래?
재환 : (실실실 웃으며) 진짜 안미워 할꺼야?
나 : 근데 왜 갑자기 수원이랑 닮아가냐?
재환 : 수원이?
나 : 웅. 수원이... 어찌 성격이 비슷하게 닮아가는거 같네....
재환 : (계속 실실실 웃으면서) 사실 수원이가 니 앞에서 실실 쪼개면 니가 화안낸다고 그러더라....^^*
나 : (우라질 강수원. 진짜 좋은거 가르쳐 준다.) 에구... 내가 못살아.
다음부턴 수원이말 듣지마.
재환 : 네...^^*
재환은 계속 슬픈눈으로 나에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가 웃는건지 우는건지 구분이 잘 안갔다.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을 울고 있었다.
걱정마...
재환아...
내가 널 미워하는 일 없을꺼야....
걱정마...
절대로 널 미워하지 않을꺼야....
난 속으로 몇번이고 재환을 미워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처음으로 누굴 좋아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누굴 바라보면 가슴이 설레이고
기분이 좋아지고 그랬다.
하지만 그 사람은 언제나 슬픈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을 울고 있었다.
난 그의 슬픈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하고 싶진 않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난 재환을 사랑하게 되어 버린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도 재환처럼 웃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눈은 울고 있으면서....
#12.
병원에서 나온 우린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각자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나는 망고탱고를 골랐고, 재환은 쿠키엔 크림을 골랐다.
재환은 내가 고른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던 모양인지 계속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나 : (아이스크림 한입 뜨며) 먹을래?
재환 : (고개를 끄덕이며) 응...^^*
나 : 먹어.
재환 : (한입에 덥썩 받아먹으며) 맛있다.
나 : 진짜?
재환 : 웅....^^* (쿠엔크를 내게 내밀며) 너도 이거 먹어.
나 : 난 괜찮아.(재환을 한참 쳐다보며) 근데 생각보다 싸움 좀 하나본데.
많이 맞은거 같지도 않고.
재환 : (입안에 아이스크림이 가득한채) 우물우물우물 내가 비실해 보이긴 해도 통뼈라 한 쌈 하거든...히히히히
나 : 그래? 통뼈라 좋겠다.
재환 : 닭뼈보단 낫지... 근데 내가 맞은 줄 알고 걱정했니?
나 : 걱정은 무슨....(거짓말 쟁이 윤지원...ㅡㅡ;)
난 혹시 시가 손지형과 맞짱 뜨기 싫어서 도망다니다가 넘어져서 다친줄 알았지.
재환 : 하하하하하.... 걱정해 줘서 고맙다. 니가 날 걱정해주니 기분이 좋은데.
나 : 걱정 하나도 않했다니깐! (심하게 오버함)
사실 난 재환이 온몸에 붕대를 칭칭감고 산소마스크로 겨우 목숨을 부지한채
병실에 누워있는 모습을 상상했었다.
그것이 걱정이었나?
그래.
걱정이었다.
난 재환을 엄청나게 많이 걱정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재환에게 그런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재환을 걱정하고 있다는 말은...
왠지 어색했기 때문이었다.
윤지원...
나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내게 더욱 어울리는건 그런 것이 아니었다.
재환 : (벌써 눈치챘는지) 하하하... 알았어. 나 걱정 하나두 않했다고 할께.
나 : 재수없게... 그만 웃어!
재환 : 좋아서 그렇지...히히히히
나 : 시끄러!
재환 : 미워!
나 : 그런건 어디서 배워가지고....ㅡㅡ^
재환 : 수원이가 그러는데 니가 '시끄러!'라고 하면 무조건 '미워...'라고 대답하랬어.
나 : 지랄도 병이다.
재환은 내가 무슨말을 해도 계속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
그렇게 웃어대는 재환이 꼭 미친X 같아 보이기 까지 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옆자리에 앉아 있던 여자 둘이 자꾸 우리를 보며 레이저 광선을 보냈다.
아니, 우리가 아니라 나에게 보는는 것 같았다.
나는 재환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나 : 옆에서 자꾸 날 쳐다 보는데...
재환 :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신경 쓰지마.
나 : 근데 기분 나쁜데.
재환 : 그래?
재환은 옆자리에 앉아있는 여자 둘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재환 : 뭘봐?
여자 둘 : 누가 봤다고 그래요? 궁시렁 궁시렁...
재환 : (날 바라보며) 안봤다는데....
나 : 분명히 날 째려 봤어.
재환 : (그쪽을 다시 바라보며) 신경쓰지마, 원래 눈이 사팔뚝일꺼야.
나 : 신경쓰여.
재환 : 그럼 이거 다 먹고 자리 옮기자.
나 : 웅.
하지만 그 둘의 시선은 계속 나를 향해 있었다.
기분이 썩 좋지 못했다.
우리가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나와 시내를 무작정 걷고 있을 때
그 여자둘도 우리 뒤를 따라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나와
우리 뒤를 쫒으며 시내를 걷고 있었다.
난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 신경이 쓰이는건 어쩔 수 없었다.
두명의 여자 중 한명은 긴 검은색 생머리에 갸름한 얼굴형이 청순하게 보였고,
쌍커풀을 없지만 서글서글한 큰 눈을 가졌다.
또 한명은 옆에 있는 여자보다 키가 한뼘정도 더 켰고 통통한 얼굴에
갈색으로 염색한 웨이브머리가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을 더욱 날카롭게 보이게 하고 있었다.
나 : 저 여자들 따라오는데...
재환 : 이쪽으로 볼일이 있나보지.
나 : 그런가?
재환 : 그럴꺼야. 너무 신경쓰지마.
재환은 나에게 신경을 쓰지 말라고 하고선 자기가 더 신경이 쓰이는듯
자꾸만 뒤를 돌아보면서 그녀들의 동태를 살폈다.
재환은 혹시 자기가 아는 사람이 아닌가해서 뒤를 돌아본다고 했지만
내가 신경쓰인다고 그러기에 자기도 신경이 쓰이는게 분명했다.
나도 눈치하난 칼이었다.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싸! 이~히~
엽기적인 재환의 벨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려댔다.
재환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받았다.
재환 : 오냐. (날 바라보며)글쎄다. 뭐? 응. 알았다.
재환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 : 야! 왜그래?
재환 : 정현이가 잠깐 보자는데...
나 : 정현이 오빠가 뭐라는데?
재환 : (삐진듯) 치사하게 나는 '야'고, 정현이는 '오빠'냐?
너 하루아침에 나에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막한다.
나 : 삐졌냐?
재환 : (시무룩...) 삐진게 아니라... 니가 그러니깐 기분이 별루 않좋아.
안그랬으면 좋겠어. 전 처럼 그랬으면 좋겠어.
나 : (말을 잘라먹으며) 내 맘이다. 시르면 헤어지면 되잖아.
솔직히 헤어지자는 말은 함부로 쓰면 안된다고
수원이와 깡통, 그리고 레이오빠에게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말라는 말이 왜 자꾸만 내 입에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내 머리속에선 안된다고 하지만 내 입은 내 머리속에서 통신이 입까지
내려 오기도 전에 그냥 내 뱉고 만것이었다.
난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재환의 반응은 의외였다.
재환 : 미워....ㅠ.ㅠ
남자들은 헤어지자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 여자를 싫어한다고 하던데
재환은 남자가 아니었나보다.
아니면 수원이가 재환에게 내가 화를 내면 무조건 '미워'라고 하라고 코치를 해준게 분명했다.
강수원...
진짜 좋은거 가르쳐 준다.
근데 이럴때 썩먹어도 괜찮을듯 했다.
재환의 맘을 상하게 해서 미안하긴 하지만 재환의 대답을 들으니
왠지 웃음이 나왔다.
난 속으로 재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내 입에선 미안하단 말은 결코 나오지 않았다.
나 : 암튼 뭐라는데?
재환은 통화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통화내용-
벨소리가 울린다.
재환이 전화기를 찾아 받는다.
정현 : 여보슈? 재환이냐?
재환 : 오냐.
정현 : 바쁘냐?
재환 : (날 바라보며) 글쎄다.
정현 : 그럼 여기 잠깐 와라. 여기 노블이다.
재환 : 뭐?
정현 : 우태경 선배의 긴급 호출이다.
재환 : 웅. 알았다.
-통화내용 끝-
나 : 그게 뭐냐?
재환 : 뭐가 더 필요한데?
나 : 아니다. 선배가 보자는데 가봐라. 그것두 'SP'리더의 호출인데...
재환 : (귀여운척) 히히히... 지원아~~ 미얀~~
나 : 재수없어. 그만 가자. 난 수원이 불러서 놀란다.
재환 : (또 시무룩) 그래. 갈께...
재환은 뒤돌아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
난 아쉬운 마음에 손을 흔들며 재환에게 인사를 했지만
재환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그냥 가버렸다.
순간 재환에게 흔들었던 내 손이 무안해져 버렸다.
나 : 뒤돌아보면 누가 잡아 먹냐? 치사하게...ㅡㅡ^
재환은 점점 내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왠지 아쉬웠다.
내가 왜 너무 딱딱하게 대했는지에 대해 후회도 했다.
내 자신이 너무 바보였던것 같았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난 어느새 재환에게 수원이나 깡통에게 했던
태도 그대로 하고 만것이었다.
재환은 아무말 없이 넘어갔지만
재환은 속으로 맘이 않좋았을 것이다.
그리고....내가 '야'라고 해서 삐진게 확실했다.
갈데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었던 나는 멀어져 가는 재환의 뒷모습이 날 허전하게 만들었다.
시내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서 재환이 사라진 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 멀리에서 여자 둘이 빠른 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오고 있은듯 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부터 우리를 따라왔더 그 여자 둘이었다.
아까 잠시 안보인다고 했더니 어느새 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둘은 몹시 불쾌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키가 크고 서글서글한 눈을 가진 검은 생머리가 나에게 수원이를 아느냐고 물었다.
나 : 당연히 알지.
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
그때 그 여자가 날카로운 표정으로 바뀌더니 그녀의 차가운 오른손으로
내 왼쪽 빰을 때렸다.
나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니가 뭔데 날 때리니?
일단 난 침착할 필요가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건 내가 맞았다는건 상당히 불쾌했지만
일단 그 이유가 뭔지를 알아야 했다.
난 눈을 무섭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생머리 : 중학교땐 수원이를 갖고 논거였니?
이젠 고등학교 올라왔다고 수원이는 버리고
금새 딴 남자랑 놀아나?
니가 뭔데?
니가 뭔데 수원이에게 상처를 주냐고!
그녀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내 얼굴에 소나기를 쏟아 부었다.
근데...
이게 무슨말이지?
도대체 무슨 헛소리야?
난 도대체 이여자가 무슨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정말 말같지 않은 말이었다.
내가 수원이랑 무슨 사이었나?
내가 수원이랑 잘 놀았던건 인정하는데
내가 수원이에게 상처를 줬다고?
내가 맨날 수원이 때리고, 욕해서 수원이가 상처 받았나?
그럼 나한테 직접 말을 하지
왜 생판 모르는 여자에게 따귀까지 맞으면서 들어야하지?
생각할 수로 열이 올랐다.
인정을 찾으려 무던히 애를 썼지만
내 머리속엔 뜨러운 화로 가득했다.
그녀는 매우 흥분한 상태였고 눈앞에 아무것도 안보이는것 같았다.
그 옆에 있는 여자는 몹시 불괘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 : (안정을 찾으려 애쓰며) 니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니가 왜 수원이 얘기를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수원이에게 무슨 상처를 주고
내가 왜 수원이를 가지고 노냐?
앙?
난 그저 수원이와 사촌관계라서
같이 다니고, 같이 논거뿐이야.
그런데 너한테...
오늘 처음보는 너한테 맞아야 할만큼 큰 죄라도 지었니?
응?
내가 얼마나 큰죄를 지었냐구!
나도 그녀의 소나기에 질새라 그녀 앞에서 큰 소리로 대답했다.
생머리는 놀란 표정 더하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웨이브머리 : 그럼. 준효는 뭐냐?
준효는 뭐냐구!
준효도 니 사촌은 아니겠지?
나 : (귀찮아 하며) 준효? 깡통?
걔는 그냥 친구야.
(버럭 화를 내며) 수원이랑 친하니깐!
수원이랑 X알 친구라서 나랑도 친하게 지낸거야.
준효랑도 예전부터 알고 지냈어.
그게 뭐가 잘못됐냐?
내가 또 준효에게 상처줬냐?
근데 어쩌냐...
난 수원이에게 욕을 하고 때리긴 해도 깡통에겐 안그러는데...
난 아니꼬운듯한 말투+화난 말투로 그녀에게 대꾸를 했다.
나는 온갖 인상을 다쓰며 그 둘을 째려보았다.
아...
눈이 찢어 질라 그런다...ㅠ.ㅠ
다른 여자애들은 이런 눈으로 오랫동안
아무렇지도 않고 있더만
난 왜 살짝만 바라봐도 눈이 이렇게 아픈거지?
아니...
이 분위기가 아닌데....
암튼...
우리주위에는 어느새 구경꾼(?)들로 가득했고,
난 쪽팔려 고개를 돌렸다.
생머리는 무안한듯 고개를 들지 못했고,
날카로워보이는 웨이브머리는 오히려 자기가 더 찢어진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나에게 무슨 불만이 그리도 많은지...
내가 지들한테 뭘 잘못을 했는지..
정말...
모르겠다.
근데 하난 분명했다.
그녀들은 지금 말도 않되는 이유로 날 괴롭히고 있는중이었다.
난 얼얼해진 뺨을 어루만졌다.
정말 어의가 없었다.
정말 기가 막혔다.
그리고 답답했다.
차라리 뭐라 말을 했으면 좋으련만
저 찢어진 눈으로 언제까지 날 바라볼 생각인지...
정말 짜증이 났다.
#13.
나 : 수원이를 좋아하는 모양인데...
수원이 좋아하면 직접 수원이한테 가서 좋아한다고 말을해.
뒤에서 괜한사람 잡지 말고.
그럴 용기도 없으면서 애매한 사람한테 괜한짓 하는 바보는 아니겠지?
난 생머리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이성을 찾기가 그리 쉽진 않았지만
내가 화를 내면 오히려 내가 당할수도 있다는 느낌에
난 차분한 대화를 유도했다.
지금 우리들 주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사람들은 싸움구경을 그리도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싸움구경하러 모여든 사람은 한두명이 아니었기에
난 용기를 내여 그녀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화해의 표시였다.
생머리는 놀란 표정과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며
옆에있는 웨이브머리를 쳐다보았다.
웨이브머리를 계속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진짜 눈에서 불이라도 나올듯한 눈빛이었다.
생머리는 잠시 주춤거리다 내 손을 덥썩 잡았다.
그녀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듯 작은 목소리로 '미안해'라고 했다.
오늘은 난생처음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했다.
그리고 난생처음으로 뺨을 맞았다.
화가 많이 났다.
모르는 사람에게 맞았다는게 더욱더 화가 났다.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났다.
하지만 난 이성을 찾아야만 했다.
더이상 철없이 행동하지 말아야 했다.
혹시 잘못했다간 큰 봉변을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많은 눈들이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그중에 세원고 학생들이 있을 수도 있고,
졸업한 선배님들도 계실 수도 있었다.
세원고 얼굴을 먹칠했다는 소문이 나는 즉시 난 자진 전학을 가야했다.
난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난 용기를 내어 화해를 청했고,
그녀도 나의 화해를 받아주었다.
생머리는 내 손을 잡자 신선한 미소를 내게 던졌다.
너무 선하면서도 청순한 그녀의 얼굴에 그려진 미소는
너무나 오묘했다.
여자인 내가 봐도 너무 아름다우면서도
슬프기도 하면서도
가슴이 아팠다.
그녀의 미소가 아니라 그녀의 눈동자가 날 슬프게했다.
아니다.
그녀의 미소도 날 슬프게 했다.
난 사람들의 첫인상을 볼때 눈을 먼저 바라보는 습관이 있었다.
재환도 슬픈눈을 할때 내 가슴을 아프게했었지만
평소에는 귀여운 눈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웃는 모습조차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너무 안쓰러워 그녀를 꼭 안아주고 싶었다.
포근하게 감싸주고 싶었다.
내가 생머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때 옆에서
웨이브 머리가 몹시 불쾌한 표정으로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 그녀에게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다.
난 처음 보지만, 비록 내 뺨을 때렸지만
난 생머리가 좋았다.
그냥 이유없이 마음에 들었다.
친구가 되고 싶었다.
사람을 끌리게 하는 마법과 같은 눈으로 날 부르는듯 했다.
생머리는 내가 자신을 한참동안 쳐다보고 있다는게
자신이 때린 따귀때문인줄 안 모양이었다.
생머리 : (어두운 표정으로)미안해...
생머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조용하면서도 부드러운 여성스런 목소리...
투박한 나의 목소리와는 정말 비교가 되었다.
나 : (웃으며)다신 이런일 없었으면 좋겠어.
앞으로는 신중히 생각한 다음에 행동을 해줬으면 좋겠어.
비록 내가 너에게 따귀를 맞긴 했지만 널 미워하진 않겠어.
수원이와 연결시켜 줄테니 다음부턴 엄한사람 잡지 말았으면 좋겠어.
상당히 어색한 말투였다.
내가 말해놓고도 뭐라고 했는지 가물가물 했다.
내 기억력의 한계인가?
아니다.
아까 너무 흥분을 해서 그런게 분명하다.
난 억지로 불쾌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일부러 웃으며 말을 했어도
어딘가 딱딱하게 느껴졌다.
생머리 : 미안해. 내가 큰실수를 한것 같아.
다음부턴 이런 실수 없을꺼야. 정말 미안해.
난 현성고 오주희라고 해.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갔어.
불쾌했다면, 화가났다면 날 때려도 좋아.
역시 어색한 대답.
앞뒤않맞는 그녀의 대답.
웃음이 나올것 같지만
주희의 대답은 그녀의 솔직함이 곁들어 있었다.
그래서 난 웃음보다 진지함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난 그녀를 때리고 싶지 않았다.
아니 화를 내고 싶은 마음까지 없어졌다.
나도 모르게 그녀가 좋아졌다.
볼면 볼수록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웨이브 머리처럼 키도 크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지만 그녀가 서글서글한 눈동자가 날 사로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슬픈 눈으로 짓는 미소가 날 얼어버리게 했다.
욕심이 생겼다.
그녀를 내 친구로 만들고 싶었다.
그럼...
일단 수원이를 써먹어야 겠다.
수원이와 연결시켜주면 자연스럽게 나와도 친해지겠지?
푸하하하하~~~
수원이도 알고보면 써먹을 대가 많군..ㅎㅎㅎㅎ
나 : 그만 미안해 해라. 괜찮다.
내가 내일 학교가면 수원이보고 연락하라고 할테니깐
연락처좀 적어줄래?
주희 : (자신의 가방에서 메모지를 찾아서 메모하며) 고마워...
준비성이 철저한 주희...
이런일이 있을줄 알고 미리 준비한건가?
아니면 원래 갖고 다니던건가?
주희가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메모를 건네 주었다.
주희가 웃으니깐 나까지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내가 지금 주희를 좋아한다는 느낌까지 들정도로
난 완전히 주희에게 빠져 있는것 같았다.
난 동성연애자도, 양성애자도 아닌데
그냥 같은 여자로써 보면 너무 맘에들고 좋았다.
이상한 눈으로 날 보지 마시길...ㅡㅡ^
난 주희가 적어준 메모를 주머니에 넣을때
웨이브머리가 불쾌한 얼굴로 또다시 날 바라보았다.
왜 자꾸 기분나쁘게 날 쳐다보는지 모르겠다.
할말있으면 하지 왜 자꾸 우물쭈물 거리는지 모르겠다.
가만히 날 바라보던 웨이브 머리가 입을 열었다.
웨이브 : 난 원주아다. 니네끼리 얘기 그만하지 그러냐?
웨이브 머리는 다소 격양된 말투로 말했다.
그런데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나 : 반갑다. 난 윤지원이야.
나도 다소 격양된 말투로 대답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주아 : 니 이름은 알아.
어쭈...
박주아.
왜 자꾸 날 화나게 만들지?
주아를 보니 그냥 짜증이 났다.
일그러진 얼굴을 보니 더 짜증이 났다.
주아는 외모와는 달리 목소리가 허스키했다.
외모와 목소리가 인기 가수 코요테의 신지와 비슷한거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신지보다 말투가 부드럽지 못했다.
주희는 애교 있는 말투가 귀여웠지만
주아는 한마디로 말해 독해보였다.
코요테의 신지와 비교하니 왠지 말이 안되는것 같았다.
주아는 코요테의 신지와 비교할 가치도 없었다.
신지가 살만 빼면 얼마나 예쁘고 귀여운데....
난 사실...
코요테 팬이다.
근데 주아가 신지를 닮았다고 쓰려고 하니
내 손가락이 자꾸 거부하고 있었다.
그냥 겉모습 약~간. 아주 약~~~간 닮았을 뿐이다.
그게 전부다.
박주아.
널 코요테 신지와 비교해줘서 고맙다고 생각해라.
그런 영광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너무 도도했다고 해야할까.
싸가지 없다고 해야하나?
암튼 난 주아가 맘에 안들었다.
자꾸 옆에 있는 주희와 비교되었다.
그냥 주아가 싫었다.
말투도 그렇고 미소없는 날카로운 눈매
얼굴은 예쁘장 하게 생겼지만
성격은 하나도 안 예뻤다.
주희는 수원과 꼭 연결시켜주고 싶었지만...
솔직히 주희가 아까웠다.
주아는 깡통과 연결해 주고 싶지 않았다.
깡통은 예전부터 요요에게 관심이 있는듯한 눈치였고
요요또한 깡통을 잘 따랐다.
주아는 계속 날카로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자꾸 그런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주아가 더 싫어졌다.
말투도 상당히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
그냥 이유없이 싫었다.
그녀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있자니 짜증이 났다.
#14.
주아 : (괜히 주위를 둘러보며) 근데 준효랑 다영이랑 무슨 사이냐?
너랑 수원이랑 같이 다니던데...
나 : 그냥 선후배 사이야.
요요는 내가 좋아하는 동생이라 같이 다니는거야.
나는 거짓말을 했다.
난 깡통과 요요가 특별한 사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난 처음 보는 주아보다 예전부터 좋아했고, 지금도 역시 좋아하는
요요가 깡통에게 더욱더 어울리는 것 같았다.
내 대답을 듣자마자 일그러졌던 그녀의 얼굴이 금새 확 펴졌다.
주아 : 나.... 중학교 3학년때부터 준효 좋아했어.
나 : (그걸 나한테 말해서 뭐하게?) 그랬니?
깡통과 요요가 알고 지낸지 얼마나 됐지?
그 둘은 언제부터 알고 지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아가 깡통을 좋아했던것 보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을 것이다.
주아 : 난 니가 수원이랑 사귀는 줄 알았어.
나 : 훗. 그랬냐?
주아 : 그래서 너에게 확인하고 싶어서 널 찾아 다녔는데
니가 딴 남자랑 있으니깐 주희에게 널 때리라고 시킨거야.
나 : (뭐 이런애가 다있어! 궁시렁 궁시렁) 그랬냐?
주아 : 안놀라냐?
나 : 내가 놀래야 돼냐?
주아 : 난 니가 놀랄 줄 알았는데.
나 : (오버하며 놀라는 척) 헉! (그리고 제모습을 갖춘 뒤)됐냐?
주아 : 웃긴다.
나 : 니가 더 웃긴다.
주아 : 난 현성고 1학년 여짱이다.
나 : 그러냐? 짱이라 짱나게 좋겠다. 근데 그거 나한테 말해서 뭐하게?
니 여짱이라고 자랑하는거냐?
주아 : (못들은 척, 혹은 한귀로 흘리며) 넌 실루엣이라며?
나 : 소문 빠르네.
주아 : 우리 정보통 하난 최고지.
나 : (주아가 정상이 아닌거 같았다.) ㅡㅡ^
주아 : 그래서 니가 얼마나 센지 알아보고 싶었다.
나 : 그랬냐? 나랑 맞짱뜨려구?
주아 : 아까까진 그럴여고 했는데 지금은 그럴 이유가 없어졌어.
나 : (남자때문에 완전 이성을 잃었군.) 그래? 다행이네.
주아 : 그리고. 한가지만 묻자.
나 : 뭘?
주아 : 나 준효 많이 좋아한다. 준효, 나랑 연결 좀 시켜줘라.
나 : 생각해 볼께.
주아 : (버럭 화를 내며) 뭐? 생각해 본다고?
아까 주희랑 수원이는 연결시켜 준다고 하고선
나랑 준효는 왜 생각해 본다는 거야?
갑자기 오버하는 주아...
아...
적응 안된다.
나 : 수원이는 내 사촌이라 얘기하기 편하지만
깡통은 얘기하기 힘들어.
그리고 걔는 공부벌레잖아.
너도 알지? 내일부터 우리 중간고사잖아.
요즘 놀시간 없이 공부만 하는거.
집에 짱박혀 있어.
나도 만나기 힘든데 어떻게 말을 꺼내냐?
수원이는 맨날 놀고먹는 애라서 상관없지만
깡통 공부하는거 방해하면
깡통 나 친구로 안볼꺼다.
난 그러고 싶지 않아.
주아 : 그랬냐?
나 : 깡통은 공부아니면 다른것엔 관심없어.
자꾸 날 야리는 주아...
저러다 진자 눈에서 불나겠다.
나중에 저 불에 쥐포구워먹어도 될 정도다.
우리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우리의 싸움이 시시했는지 각자 사방으로 흩어졌다.
주희는 아무말 없이 주아 뒤에 가만히 서 있었다.
불안한 듯 고개를 숙여 아무말도 하지 않는 주희를 보니
아까 내 뺨을 때리던 주희와 전혀 다른 분위기 였다.
내 뺨을 때린건 주아가 시킨거라 용서해준다.
근데 주아는 용서 못하겠다.
혹시 주희가 주아 꼬붕인가?
윤지원...
별 희안한 상상을 다하는 구나...ㅡㅡ^
다음날.
수원이네집.
우리집은 확실히 아님.
수원 : 예쁘게 생겼어?
나 : 나보다 낫다.
수원 : 너보다 예쁘면 다 좋아.
나 : 너 요즘 막나간다.
수원 : (헤벨레...) 권양아... 낼 오빠랑 신나는 데이트하자~~
나 : 강수원... 약 기운 떨어질때 다 되가는 구나.
수원 : (헤헤헤헤) 넌 재환이 형이랑 만나면 되잖아.
나 : 시끄러
수원 : 맨날 똑 같은 래파토리... 이제 좀 바꿔라...
나 : 짜식이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수원 : (핸드폰에 주희의 번호를 입력하며) 이따가 전화해봐야지~
나 : (집 밖으로 나가며) 수원아... 약 잘 챙겨먹고 와라...
터벅터벅 집 밖으로 나왔다.
누구는 예쁘게 걷는다고 하지만 난 팔자걸음이라 다른사람 보기엔 상당히 건방져 보인다.
하지만 난 신경쓰지 않는다.
유전인걸 어떻게 하라는 거냐?
아빠닮은게 죄라면 죄지...ㅡㅡ^
한참을 걷고 있는데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재환의 목소리였다.
나는 살짝 뒤를 돌아봤다.
재환 : (깜짝 놀라며) 너 갑자기 그렇게 돌아보니깐 무섭다.
나 : 나 살짝 돌아본건데...ㅡㅡ^
재환 : 그래도 무섭다.
나 : 시끄러...ㅡㅡ+
재환 : 그런데 아까부터 불렀는데 왜 그냥 가냐?
나 : 언제 불렀는데?
재환 : 아까부터...
나 : 아까 언제?
재환 : (소심) 궁시렁 궁시렁...
나 : 내가 가는귀 먹은거 같다.
재환 : (헤벨레... 얘도 수원이 닮아가나?) 근데 어제 잘 들어갔냐?
나 : 잘 들어갔으니깐 지금 나오지...
재환 : 아무일 없이 들어갔냐구...
나 : 있었다. 왜? 니가 손좀 봐줄라구?
재환 : 헤헤헤
나 : 그만좀 쪼개지 그러냐?
재환 : 너 권주희한테 따귀 맞았다며
나 : 알면서 왜 묻냐?
재환 : 내 정보통 예술이지?
나 : 그래 예술이다.
재환 : 근데...
나 : 뭐?
재환 : 나 예전에... 작년에.... 주희 잠깐 좋아했었다.
나 : 내가 처음이라며?
재환 : 사귀는건 처음이고....
나 : 그럼 주희는 뭐냐?
재환 : 그냥 나 혼자 좋아했었다고...
나 : 혼자 별거 다한다.
재환 : 미워...
나 : 그거 하지 말아라... 짜증난다.
재환 : 오늘 기분 많이 않좋은거 같다. 괜찮냐?
나 : 신경쓰지마
재환 : (시무룩) 오늘 부터 중간고사인거 알지? 시험 잘봐....
재환은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에휴...
그런데 내 입은 자꾸 바보같은짓만 하는지 모르겠다.
왜 자꾸 이렇게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내 말이라면 무조건 웃으며 받아주는 재환 덕분에
내 마음이 편했다.
안그러고 화를 냈다면 난 아마 가슴찢어지는 고통을 느껴야 할것이다.
시험날이라 그런지 교실안은 완전히 초상집 분위기였다.
수원이는 핸드폰만 만지작 만지작 거리며 좋아서 입이 귀에 걸렸다.
나 : 수원아. 재환이도 주희 좋아했다더라.
수원 : (깜짝 놀라며) 정말? 그렇게 예뻐?
경화 :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며) 뭐? 주희? 혹시 권주희 말하는거냐? 그 왕따?
수원 : (경화를 바라보며) 주희가 왕따야?
경화 : 나랑 같은 중학교 나왔는데 걔 왕따였잖아.
수원 : 진짜?
경화 : 웅.
나 : (중간에 끼어들며) 근데 왜 재환이가 그 왕따를 좋아하냐?
경화 : 근데 재환이 오빠가 그 왕따 좋아했데?
나 : 웅. 오늘 아침에 그러더라...
경화 : 니미럴....
경화는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니미럴만 읊어댔다.
현일은 열심히 공부중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하는 말을 듣던중 갑자기 얼굴이 빨개 졌다.
나 : 현일아. 너 화장실 가고 싶으면 말해. 왜 얼굴만 붉히냐?
현일 : 아냐...
나 : 큰건데 휴지가 없어서 그러냐?
현일 : 아니라니깐!
나 : 힘주면 싼다. 힘조절 해라.
현일 : (벌떡 일어나며) 아니라니깐!! 너 왜 자꾸 그래!!
나 : 근데 왜 화를 내고 그러냐?
현일 : 누가 화를 냈다고 그래!
나 : 지금.
현일 : (다시 자리에 앉으며) 시부랑 시부랑 시부랑...
나 : 근데 왜 얼굴이 뻘개지냐?
현일 : 아무것도 아냐...
나 : 그래....
현일은 아무 말도 안했지만 분명 경화의 말을 듣고부턴 얼굴이 빨개진개 분명했다.
그것도 주희가 왕따였다고 했던거 부터...
아무말도 못한채 공부만 하는 현일...
혼자 괜히 황소처럼 씩씩 거리며 코에서 김을 내뿜는 경화...
그리고 미친 수원...
시험 잘 봐라...ㅡㅡ;;
젠장...
왜 이렇게 눈앞이 깜깜한거야?
나 : (온몸을 부르르 떨며) 아~ 신내림을 받자....
난 간단한 의식(?)을 맞친 후 열심히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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