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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끄적끄적

소설) 내가 살아가는 이유

by v아이네스v 2016. 6. 13.

제목 : 내가 살아가는 이유

작가 : 아이네스

메일주소 : eunppo@hanmail.net

티스토리 : http://eunppo.tistory.com/

 

 

못쓴 글이긴 하지만 불펌금지인거 아시죠?




****

제가 2003년도에 쓴 소설이네요.

창피해서 다시 읽어보고 싶진 않지만

13년전에 내 열정은 그대로 간직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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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건 돈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믿는건 돈이다.

그리고 내 자신이다.

돈과 내 자신외의 그 어떤것을 믿지도 소중히 여기지도 않는다.

그 어떤 이유도 없다.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하고 내가 사는 것이다.











돈...

나는 돈때문에 내 인생을 걸었다.

그 놈의 돈이 뭔지...

돈이 싫기도 하지만

돈 처럼 좋은것은 아마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 누군가가 말했다.

'돈은 좋은 하인이기도 하지만, 나쁜 주인이기도 하다.'





무슨 뜻인지도 모른채 나는 그 말을 항상 내 머리속에 담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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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이런식으로 질질 끌꺼냐?"

"죄송합니다."

"죄송하단말을 들을려고 너를 여기까지 부르진 않았다."

"다시는 그런일이 없을 겁니다."

"전에도 그런말을 했던걸로 기억하는데..."

"...."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랬다. 더이상 나도 어쩔수 없다."

"이번 한번만 봐주십시요. 다시는 그런일이 없을것입니다. 죄송합니다. 부탁드립니다."






나이든 남자가 덥수룩한 수염을 스다듬으며 말했다.

"기회는 단 한번뿐이다. 하지만 너는 그 한번의 기회를 놓쳤다."

"..."





젊은 남자가 나이든 남자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으든 남자는 자신앞에 초라한 행색을 한 모습으로 무릎을 꿇고 있는 젊은 남자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네가 내 아들만 아이었다면 넌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더이상 노력할 필요는 없다. 그냥 조용히 지내라."

"아버님!!"







나이든 남자는 고개를 숙여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다적은 종이를 깨끗한 봉투에 넣으며 입을 열었다.

"이 편지를 작은 삼촌에게 갔다 드리고 오너라."

"아버님... 저를 왜 그곳으로 보내시는 겁니까?"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더이상의 기회는 없다."

"아버님!!"

"이게 애비로써 해줄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나를 너무 원망하지 말아라."

"어떻게..."






나이든 남자는 젊은 남자앞에 편지를 툭 하고 던져 놓고선 밖으로 나가버렸다.













너무나 초라한 행색의 젊은 남자....

아니...

거지같은 행색으로 온 몸에는 구린내가 나고

머리는 몇일을 감지 않았는지 지저분하게 길러져 있는 남자....

하지만 그의 눈빛은 그 누구보다고 강렬히 빛나고 있었다.









남자는 주먹을 불끈 쥐며 이를 꽉 깨물었다.

남자는 편지봉투를 쥐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두번째다.

아버님의 지시를 어긴것이 벌써 두번째다.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한번의 실수로 자신의 목이 날아갔을 것이지만

남자는 벌써 두번씩이나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그로인해 다른 사람들은 그 젊은 남자에대한 시기와 질투가 상당하다.

그래서 일부러 그들끼리 짜서 그 젊은 남자가 아버님의 지시를 지키지 못하게 방해를 했었던 것이다.










< 첫번째 지시문>


A동에 사는 최사장은 현재 A회사의 많은 주식을 가지고 있다.

최사장의 주식의 절반을 회수하라.





< 젊은 남자의 보고문>


- A동에 사는 최사장은 A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 B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음으로 인해 B회사의 주식 절반을 회수하고 돌아옴.












젊은 남자는 첫번째 지시를 아무런 문제 없이 해결한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젊은 남자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그가 가져온 B회사의 주식은 가짜였다.

그리고 최사장의 소유인 A회사 주식의 절반은 젊을 남자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몰래 빼돌려 팔아 먹었던 것이다.

그것을 모르는 젊은 남자는 그에 대한 질책을 받아야 했다.













< 두번째 지시문>


H동 10층 짜리 J빌딩을 우리회사의 소유물로 전환하라.

현재 그 빌딩은 J그룹 회장인 장재형이라는 사람의 소유로 되어있다.






< 젊은 남자의 보고문>

- J그룹 장재형회장의 소유인 J빌딩을 우리회사의 소유물로 전환함.






이번엔 아주 쉽게 일을 해결했다.

그러나 이번일은 아주 큰 문제점을 남기게 되었다.

장재형회장의 소유인 J빌딩은 두채가 있다.

그중 한채는 10층짜리 건물로 작년에 준공이 끝난 새 건물이고

나머지 한채는 5층짜리 낡은 건물로 그 건물이 너무 오래된 나머지 붕괴의 위험이 있어 사용하지 않는 건물이다.

젊은 남자는 실수로 10층짜리의 건물이 아닌 5층짜리 건물의 소유자를 이전 시킨것이었다.

그로인해 5층짜리 건물은 열흘뒤 자연적으로 붕괴 되었다.








젊은 남자는 보고문을 상사쪽으로 보내기도 전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남자는 재수가 없어서 그렇게 되었으므로

다시 10층짜리 건물을 회사명의로 소유 이전을 시키기위해 무단한 애를 썼지만 결국 지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거지꼴로 회장인 아버님 앞에 나타나게 된 것이었다.









젊은 남자의 아버님이 마지막 기회는 결코 기회라고 보기 어려웠다.

아니 기회가 아니다.

그건 추방과 가까웠다.

영구추방이 아니긴 하지만 5년간의 추방으로 인해 젊은 남자는 여간 만족 스럽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젊은 남자는 아버님이 건네준 편지 봉투를 들고

작은 삼촌이 살고 있는 곳으로 떠났다.

그것도 여기 한푼도 없이

저 멀리에 있는...

산넘고... 물건너에 있는....






남쪽 나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

제주도....




그것도 한푼도 없이....




달랑 아버님이 준 편지 한통을 가지고....








그러나 젊은 남자는 언제 걸리지도 모르는 고행의 길을 나섰다.




젊은 남자는 짐을 싼 후 건물 밖으로 나왔다.

고개를 푹 숙인 젊은 남자는 자신이 나왔던 건물을 바라보았다.

선우그룹...

그중에서 자신이 몸을 담았던 곳은 비서실...

말이 비서실이지 거의 조폭수준의 임직원들이 근무를 한곳이다.

젊은 남자 자기 자신도 그곳에서 2년간 근무를 하고 현재까지 왔다.













현재 나이 만 26세....

이름 권건우...

선우그룹의 차남...

그리고...


















< 어떤 여인의 삶>





건우는 자신의 품에 편지 한통을 고이 간직한채 건물 밖으로 나와 무조건 남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한 다섯시간정도를 걸었을까 건우는 서서히 허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리도 조금씩 아파오고 온몸에는 땀냄새가 진동했다.






"살려주세요~!!"





어디선가에서 한 여인의 울부짖음(?)이 들렸다.











"으아아아악~~!!!"


갈수록 여인의 소리는 더욱 거세져갔다.






"살려주세요!!"







머리는 산발을 하고 얼굴에는 긁힌자국에서 피하 흐르고 있는 여인이 건우가 오는 쪽으로 맨발로 뛰어 오고 있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여인은 울부짖으며 건우의 바지가랭이를 잡고 늘어졌다.







"저기요... "








건우는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여인의 얼굴을 닦아 주려 하자 여인은 건우가 자신을 때리려 하는것으로 착각하고 머리를 땅 바닥으로 숙이며




"다신 안그럴깨요."






라며 눈물을 흘렸다.






"아니에요. 얼굴에 피가 많이 나서 그러는거에요. 좀 닦으시라구요..."








건우는 그 여인의 얼굴에 묻은 피를 조금씩 닦아 내자 여인의 이목구비가 눈에 들어왔다.


비록 상처와 멍자국 투성이긴 하지만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인은 티비에 한번쯤 나왔을법한 외모에 긴 속눈섭이 아름다웠다.







"저년 누구 바지가랭이를 붙잡고 지랄이야!!"








저 멀리서 여인의 남편으로 보이는 덩치가 큰 남자가 한손에는 야구 방아이를 들고 건우와 여인이 있는 쪽으로 뛰어 오고 있었다.

여인은 남자가 자신이 있는 쪽으로 오자 건우의 뒤쪽으로 숨으며

"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라며 울부짖었다.




건우는 울부짖는 여인 앞으로 나서며



"아저씨 무슨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건우는 여인의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러나 남자는 야구 방망이를 땅에 툭툭 치며


"조용히 말할때 그 년이랑 떨어져."

"왜 그러십니까? 말로 하시죠."





건우는 조용한 어구로 남자에게 설득하려 했지만 남자는 건우의 말이 귀에 들어 오지 않은 듯한 모습으로 계속해 야구 방망이를 땅에 툭툭 치고 있었다.

"조용히 말할때 내놔 이자식아! 니가 이년의 기둥서방이라두 되냐? 시발놈의 새끼"




남자는 점점 말을 거칠게 하며 야구 방망이로 건우를 위협했다.








"얼굴은 기생 오래비같이 생긴겨가지고... 오냐!! 그러고 보니 니가 이년이랑 바람난 그놈이냐? 엉? 그래 오늘 이년이랑 니놈이랑 제삿날이 될줄 알아라!!"




라며 야구 방망이를 번쩍 들고 건우의 어깨쪽을 향해 힘껏 휘둘었다.








"퍽!"








남자는 손을 부르르 떨며 한발짝 두발짝씩 뒷걸음질 치더니 급기야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남자가 들고 있던 야구방망이는 반으로 부러진채 땅 바닥에서 나 뒹굴고 있었다.


남자가 건우의 어깨를 향해 힘껏 야구 방망이를 휘둘었지만 건우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왼쪽 팔을 약간 들고 팔에 힘을 힘껏 주었더니

날라오는 방망이와 건우의 왼쪽 팔이 충돌했다.

결국 야구 방망이는 두조각이 났고 건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팔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 냈다.














"괜찮으세요?"


건우는 다정한 목소리로 여인에게 물었다.

여인은 남자가 도망간줄도 모르고 건우의 뒤에 움크려 앉아서 울고 있었다.

건우는 조심스럽게 여인의 팔을 걷어 보았다.

여인의 팔은 도저히 여자의 팔이라고 볼수 없을 정도로 여기 저기 찢어진 상처뿐만 아니라 큰 피멍이 두세 군데나 있었다.






"남편분이 그러신거에요?"





여인은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매일 이렇게 때리시나요?"








여인은 놀란 목소리로





"아니에요. 매일 안때려요. 정말이에요. 진짜에요."







라며 건우의 눈을 피하며 소리쳤다.







"저는 아줌마를 도와주려고 하는거지 절대로 남편에게 피해를 주려고 하는게 아니에요."









여인은 계속 건우의 눈을 피한채









"정말이에요? 혹시 아저씨 경찰 아니죠?"






"걱정마세요. 저는 경찰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니깐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그제서야 여인은 건우에게 믿음이 가는지 건우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저는 아무 남자도 만나지 않았는데 남편은 계속 제가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났다면서 나를 때렸어요."


"언제부터 그렇게 때렸나요?"









건우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여인에게 말했다.














"삼년전 부터요...."












여인은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이에요? 정말 삼년동안 이렇게 맞고 산거에요?"

"네."

"다른 가족은요?"

"저는 고아에요... 그리고 시댁에서는 제가 바람나서 맞는줄 알고 아무도 안도와줘요. 동네 사람들까지도..."


여인은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어쩐지 건우가 그 동네에 들어설때 그여인이 살려달라는 소리가 분명히 들렸을텐데

아무도 밖으로 나와 보지 않았던 것이 이상하기도 했었다.
















"식사는 하셨어요?"

여인은 건우의 뱃속에서 꼬르르 소리가 나자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아직 못했는데 어디가서 먹긴 먹어야죠."

"그럼 저희 집에 가실래요?"

"제가 어떻게 가요?"

"그게 아니구요... 제발 같이 가주세요. 남편이 다시 집에 들어오면 전 또 이렇게 맞아야 되요."

"그것도 그렇긴 하지만 저도 갈길이 있어서요..."

"제발 부탁이에요. 저도 이틀째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매만 맞았어요. 제발 저좀 살려주세요. 저는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어요. 바람도 피지 않았구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믿어주지 않아요."






여인은 울먹이며 건우의 바지가랭이를 잡으며 부탁했다.













"그럼 오늘만 신세 지겠습니다."

"아뇨. 일주일만 지내주세요."

"저도 하는 일이 있어서요."

"제발 부탁이에요. 급하신일이 아니면 제발 저좀 도와주세요."








건우는 여인의 부탁을 더이상 거절할수 없었다.

자신이 할일도 있었지만 도저히 울부짖는 여인을 두고 갈수만은 없었다.

그리고 몸도 피곤하고 몇일째 식사를 제대로 못한지라 잠시 쉬어갈 생각으로 그 여인과 함께 여인의 집으로 향했다.















한 오분가량을 걷다가 보니 주위의 집들이 시가 몇십억정도하는 좋은 단독주택들이 나란히 서있었다.



그중 삼층집앞에 여인이 발길을 멈춰서고는 자신만의 비밀장소에서 열쇠를 찾아내 문을 열었다.










"여기서 사세요?"

"네..."












여인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여인이 입고 있는 옷은 유명 브랜드의 옷이었고

신발 작은 악세사리까지 모두 명품들이었다.









이런집에 살면서 어떻게 남편에게 그렇게 맞고 살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생겼다.














건우는 여인의 안내에 따라 집안으로 들었갔다.

 

 

 


"들어가세요."

건우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인에게 물었다.

"남편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요?"

여인은 조금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면서 말했다.

"그래도 같이 있어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여인의 부탁에 건우는 더이상의 거절하면 무례일것 같아서 여인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여인은 전보다 건우와 함께 있으면서 불안했던 안색이 많이 편안해 보였다.

여인은 집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건우를 거실로 안내한 후 욕실안으로 들어갔다.






건우가 거실을 여기 저기 두리번 거릴때 건우의 눈에 띄는 사진이 있었다.

그 사진은 5년전 부인과 함께 여행도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영화배우 정 태석이었던 것이다.

보통 팬이라면 영화배우가 멋있게 포즈를 취한 모습으로 찍은 사진을 걸어 놓거나 아니면 웃고 있는 모습의 사진을 걸어 놓는게 보통인데

그 사진은 전혀 그런것이 없었다.



보통 자격증 시험볼때 쓰거나 신분증을 만들때 찍은 사진이 벽 한가운데 걸려 있었다.

왠지 기분나쁜 사진이었다.






건우도 대학때 좋아했던 영화배우였긴 하지만 여인의 집안 거실에 걸려져 있는 무뚝뚝한 표정의 정태석의 얼굴은 너무 슬퍼보였다.











한참 후 여인이 욕실 밖으로 나왔다.

여인은 얼굴의 상처를 깨끗히 닦고 알콜로 소독했는지 아까보다는 얼굴이 깨끗해 보였다.




"좀 씻으세요."

여인은 얼굴을 붉히며 건우에게 말했다.

"저는 괜찮아요."

건우는 어색한 표정을 하며 말했다.

여인은 고개를 돌리며

"그래도 좀 씻는게 나을거에요. 저는 저녁준비를 할께요."

라며 주방쪽으로 들어갔다.











욕실안으로 들어가자 욕실안은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었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욕조 안에는 따뜻한 물이 정당하게 받아져 있었다.

건우는 먼저 양말을 벗었다.

그런데 발에서 나는 냄새가 너무 역겨웠다.

그러고보니 아까 자신의 바지 가랭이를 잡고 있었던 여인을 생각한 건우는 여간 창피하지 않았다.















그런데 앞으로가 문제였다.

하나 밖에 없는 양말을 빨려니 냄새가 가시지 않을 것 같았고,

다시 신자니 여기저기 구멍나 있는 양말이지만 버리기도 아까웠다.

할수없이 양말을 빨아서 다시 신기로 했다.

그래도 안신은것보다 구멍나긴 했지만 신은게 훨씬 나을거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편지를 물이 안튀는 곳에 잘 보관한 다름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집접 다 빤후 목욕을 시작했다.















밀면 밀수록 나오고...

또 나오고...

검고 긴게 밀리고 또 밀리고....

또 밀리고...














건우는 거의 한시간동안 때를 밀었지만 얼마나 몸속 깊이 때가 박혔는지 밀어도 밀어도 도저히 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때를 미느라 팔이 빠지는줄도 몰랐다.

욕실로 들어간지 세시간만에 건우가 욕실 밖으로 나왔다.

욕실앞에는 깨끗하게 빨려진 양말과 새것처럼 보이는 속옷, 바지, 티셔츠가 곱게 개어져 있었다.

여인이 건우를 위해 준비해 놓은것 같았다.

깨끗하게 목욕하고 나온 건우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니 거지같았던 모습이 어디로 간줄 모르게 말끔하고 건강한 남자로 변했다.






여인도 좀 오래걸렸긴 했지만 말끔해진 건우를 보고 흠찔 놀란 모양이다.











"식사하세요."








주방안에는 후각을 자극하는 여러가지 음식들이 장만 되어있었다.

건우가 허겁지겁 여인이 마련한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여인은 걱정스럽게




"천천히 드세요. 그렇게 드시면 채하세요."





건우는 씨익 웃으며

"그쪽도 좀 드세요. 아까부터 먹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계시던데..."

"먹고 있어요."








여인은 그렇게 말했지만 여인 앞의 밥은 조금도 줄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저 사진 혹시 영화배우 정태석 아닌가요?"

"네 맞아요."

"그런데 왜 저런 사진을 걸어 놓고 계세요? 더 좋은 사진들이 많을텐데요."

여인은 어두은 표정을 지으며

"그냥요."

라고 말했다.








"그건 그렇구요. 왜 남편이 때리세요? 아까 하는말 들어보니 아주머니께서 바람을 펴서 그렇다고 하던데..."

여인은 깜짝 놀라며

"아니에요. 저는 절대 바람피지 않았어요. 정말이에요!"

소리쳤다.

건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남편이 왜 때려요?"

"그게..."

"왜요?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저..."

"말해보세요. 제가 도울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 드릴께요."








여인은 슬픈 표정을 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남편이 결혼 후 부터 계속 저를 의심하고 있어요. 흔히 말하는 의처증인가봐요. 제가 밖에만 나갔다 오면 남자를 만나고 왔냐며 여기저기 냄새를 맡기도 하구요.

때로는 하루에 수십번씩 어디냐고 묻기도 하고 누구랑 같이 있냐며 추궁하기도 했어요.

어느날에는 저를 미행한적까지 있었어요."

"왜 남편이 그랬죠?"

건우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여인은 눈시율이 붉어지며

"제가 남편과 이혼할까봐요."







여인은 눈물을 닦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아무 이유없이 남편과 이혼할꺼라면서 저를 괴롭혔어요.

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믿어주질 않았어요.

그리고 삼년전부터 밖에도 못나가게 하고 집에 가둔채 저를 때렸어요.

전화벨만 울려도 누구냐며 꼬치꼬치 묻고, 집앞에 낯선 사람이 지나가면

저를 만나러 온사람이냐며 추궁하기도 하고

제가 어딜 나갈여고 하면 누굴 만나러 다니냐며 하는거에요.

저는 그냥 친구만나기도 하고, 쇼핑도 하고, 장보러 다니기도 하는데

남편은 도저히 그걸 믿어주질 않았어요.

한사코 제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는 줄만 알아요.

삼년전 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이렇게 맞고만 살수 밖에 없어요."






"그럼 다른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보세요."







"도움을 청해봤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었어요.

이웃 주민들은 남편의 말에 현혹되어서 제가 바람피다 걸려서 남편에게 맞는줄 알아요.

시댁 역시 그렇구요.

친구들은 남편이 아예 만나지도 못하게 협박까지 해 놨어요.

전화만해도 죽여버린다고 그러구요."










"그럼 경찰에 신고하세요."










"신고도 해봤어요. 그런데 경찰에서는 가정에서 있는일이니 둘이 알아서 하라는 거에요.

가족간의 문제를 자신들이 해결할수 없다는 거죠."







"쯧쯧쯧... 그래서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세요?"








"처음에는 사촌오빠나 친척들이 와서 말려주셨는데

남편의 협박으로 아무도 와 주지 않아요.

사촌오빠는 남편에게 맞아서 갈비뼈 세개나 부러지고 발목엔 인대가 나갔데요.

그 후부터는 아무도 와 주지 않았어요."








"부모님은요?"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요."














건우는 도저히 납득할수 없었다.

어떻게 연약한 여자를 이꼴이 되도록 때릴수 있을까?

친구, 이웃, 친척마저 등을 돌리다니...








건우는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

어떻게 해서든 이 불쌍한 여인을 도와주고 싶었다.

 

 

어쩌면 모든것이 우연일지도 모른다.

지금 자기 자신이 이땅에 발 붙히고 있는것 역시 우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들과 이 모든 상황들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우연은 자기 자신이 말들어 나가는 것이기에...

그러기에...

우연은 필연인듯 싶다.















뺨위에 눈물이 흘렸다.

왜 자신이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 조차 몰랐다.

그냥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안구밖으로 나와 뺨을 촉촉히 적셨다.

아무 느낌도 없이...

아무 생각도 없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매스컴에서 매맞는 아내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지만

실제로 매스컴을 통해서 나오는 매맞는 아내들의 이야기들 보다 뒤에 숨겨진 사람들의 고통은 말로 다 형용할수 없을 만큼 처절했다.




의처증...??






건우는 속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왜 아내를 그렇게까지 때려야 했을까?

왜 의심하고 있을까?







건우는 속으로 자신의 무지로 인해 자신의 가슴을 한없이 채찍질 하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도와주지?'




건우는 내심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지만

여인앞에서는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다.

너무 많이 웃고, 또 실없이 웃는 건우의 모습을 보니 꼭 바보같았다.











"그런데 이혼하실 생각은 있으신거에요?"

"아니에요!! 저는 이혼 안해요!!"

"이렇게 맞고 사는데 어떻게 같이 살아요?"

"저는 남편을 믿어요. 그리고 전 아직까지 남편을 사랑해요. 너무나도 많이요..."

"...."

"남편은 지금 잠시 몸이 좋지않아서 그런거에요. 그래서 절 의심하는거에요.

그리고 매일 때리지 않아요.

어떤날은 일주일 정도는 안때린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왜 절 여기에 데려오신거에요?"

건우는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실은요... 무서워요. 남편을 믿지만... 남편을 너무 사랑하지만 무서웠어요.... 남편의 발자국소리만 나도 가슴이 철렁해요."

"...."





건우는 아무말 없이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자신의 형이었다면 이런 가정폭력즘이야 간단히 해결 할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자신은 그 어떤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초등학교때부터 대학을 졸업해 지금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준비하는 형과

초등학교때부터 대학을 졸업할때까지 공부라면 뒷전이었던 자신...











건우는 자신도 모르게 저 멀리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형과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범생이에다 왕재수 잘난척하는 형,

꼴통에다 단순무식 문제아 나.












형이었다면 이런문제는 식은죽 먹기보다 더 쉬웠을테지만

건우는 이런문제를 해결하기는 하늘의 별을 따는것 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일단은 몸으로 때우기로 했다.










여인이 맞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약...

그 여인대신 나보고 맞으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내가 아무리 매집이 좋다고 하지만

야구방망이로 맞는건 진짜 아픈데....


건우는 내심 불안해 했다.













"저... 아줌마...."

"네?"

"이름이 뭐에요?"

"제 이름이요?"

"네. 저랑 나이가 얼마 차이나지 않은것 같은데 아줌마라고 부르긴 뭐해서요."

"소연이에요... 정소연이요."

"아...네... 그럼 소연씨라고 하면 돼겠네요."

"네 그러세요. 그런데 그쪽은?"

"권건우에요."

"권권우? 건건우? 권궈누? 권건우? 발음하기 진짜 힘드네요."

소연이란 이름을 가진 여인은 속으로 계속 권건우라는 발음을 연습했다.
















"그럼 나이는요?"

건우가 쑥스러운듯 입을 열었다.

"나이까지 말해야 되요?"

"그냥 알면 편하고 좋잖아요."

"서른 셋이요."

"아... 그렇구나. 그럼 저보다 다섯살이나 많으시네요."

"그런가요? 그럼 스물일곱? 그런데 동안이시네요."

"헤헤헤 그런소리 많이 들어요. 대학때는 고딩이라고 나이트에서 빠킹먹은적도 있었는건요."

건우의 농담에 소연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 전체에 화사한 미소가 가득했다.





"그럼 소연이 누나라고 해도 되요?"

"..."

"저는 형이랑 남동생만 있어서 누나나 여동생을 가지고 싶었거든요. 괜찮죠? 누나라고 부르면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편하잖아요."

"그럼 그러세요."

"저 누나..."

"네?"

"누나 저에게 말 놓으시는게 더 편할텐데..."

"그래도요..."





소연은 어색한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래."

라고 대답했다.












"야 이씨발년아! 너 문안열어!!"







소연의 남편은 철제로된 대문을 발로 쾅쾅 차면서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 망할년이 기둥서방 놔두고 어떤 놈팽이를 집안으로 끌어들인거야?"






남자는 창밖으로 비치는 건우의 그림자를 보며 말했던 것이다.

소연은 허둥지둥 거리며 대문을 열었다.






대문이 열리자마자 남자는 집안으로 들어왔다.





"어떤 놈팽이 자식이..... 오셨어요?"








남자는 주먹을 건우가 있는쪽으로 뻣으려 할때 아까 야구방망이를 아무렇지않게 부러뜨린 그 남자임을 알고 곧바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동네 시끄럽게 왜 소리치십니까? 조용히 말해도 다 알아들을텐데요."





남자가 자신을 보자 우쭐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건우는 건방진 말투로 남자를 쏘아보며 말했다.

남자는 계속 우쭐대며 건우와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눈빛교환을 피하며 자리에 앉았다.




"좀 앉으세요."

"그러죠."





건우는 계속 건방진 태도를 보이며 목에 있는 힘을 다 주며 말했다.








"그런데 어쩐일로 오셨습니까? 제 마누라와 아는 사이십니까?"

"네. 소연이 누나와 아는 사이입니다. 그런데 왜 누나를 개 패듯이 패고 다니십니까?"

남자는 놀란 표정으로

"개패듯이 패다니요? 다 맞을 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거죠. 절대로 아무이유없이 패지는 않습니다."

"무슨 이윤지 좀 들어보죠."

"그게... 저... 야! 가만히 앉아있지말고 뭐 마실꺼라도 갖고와 씨... "

"됐어요. 그리고 아까 씨... 뭐라 말하려는것 같은데요..."

"하하하 제가 언제요? 저는 씨라고 말한적 없는데요... 혹시 잘못들으신거 아닌가요?"






남자는 건우에게 계속 아부하듯 말했다.

소연은 어느새 커피 두잔을 준비해 남자와 건우의 앞에 조심스럽게 내 놓았다.

남자는 소연에게 나가있으라는 재스추어를 보였다.

그것을 눈치챈 건우는

"누나 그냥 여기 앉으세요. 누나도 같이 들어야 할것 같네요."





소연은 조금은 부담스러운듯, 조금은 두려운듯, 조금은 어색한듯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건우는 마주보이는 남자를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혹시 운동하셨어요?"

"아뇨."

"몸이 좋으신것 같은데..."

"...."

"그럼 야구 좋아하세요?"

"아뇨."

"그럼 야구방망이는 왜 저렇게 쌓아두고 사세요? 그러고 보니 방망이만 있고 공은 없네요."

"그냥 취미로..."

"취미로 누나를 패세요?"

"아니에요!"


남자는 놀란 토끼눈을 하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럼 왜 때렸는지 말씀해 주세요."






건우는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저년이 바람펴서 때렸어요."

"저년이라뇨? 누구보고 저년이라는 거죠?"

"누구긴 누구겠어요. 저기 앉은 저년이죠. 저 정소연이요."

"이보슈. 저기 앉은 정소연씨보고 년이라고 하셨나요?"





건우는 협박하는듯한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계속 말씀해 보시죠. 누구와 바람이 났다는 거죠?"

"그건 저도 잘 모르지만 본사람이 있어요."

"누구요?"

"저..."

"한번 데려오시죠. 아니 전화하는게 빠를것 같네요."








남자는 불안한 듯 전화기를 찾아 전화번호를 하나씩 누르기 시작했다.

건우는 남자가 잡고 있는 전화기를 빼앗은 후 다이얼이 돌아가는걸 기다렸다.



철커덕




"여보세요."




어떤 중년의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혹시 정소연씨라는분 아십니까?"

"네?"

"정소연씨라는분 아시냐구요?"

"네... 알아요."

"어떻게 되시는 사이죠?"

"시누이인데요."

"진짠가요?"

"네. 그런데 무슨일세요?"

"그쪽이 정소연이 바람피시는걸 직접 보셨습니까?"

"누구신데 그런 질문을 하시는거죠?"

"직접 보셨냐구요!!"




건우는 소리치며 말했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바람피는건 사실이라구요."


"직접 본것도 아니면서 왜 바람폈다는거죠? 누가 바람폈다고 합디까?"

"저기... 제 남동생이요..."

"남동생이라면 정소연씨 남편분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알았어요."







건우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마주에 앉아있는 남자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남자의 이마엔 어느새 식은땀이 가득했다.




"누님되시는 분이 그쪽이 그랬다고 하는데요. 자신은 직접 본적이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되는 일이죠?"

"저기... 저... 실은...."







남자는 당황했는지 말까지 더듬었다.

그때 쌓여놓은 야구방망이들이 보였다.

남자는 잽싸가 몸을 일으켜 야구방망이가 있는쪽으로 달려갔다.








그때 건우는 반사적으로 남자의 팔을 잡아당기며 팔을 꺽었다.



"어딜 가시는 거죠?"

"화장실이 급해서요."

"화장실은 반대편이지 않습니까?"



건우는 팔을 있는 힘꺼 꺽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는게 좋을겁니다."





남자는 이제 어쩔수 없는지 입을 열었다.



"그게..."




그때 남자는 발로 건우의 허벅지를 힘껏 찼다.



윽...


그러나 남자의 발은 건우의 허벅지 바로앞에서 멈췄다.



몸에 비해 다리가 상대적으로 짧았다.



자신의 허벅지쪽으로 달려오는(?) 남자의 발을 보고 순간적으로 뒤로 물러섰다가 남자를 잡고 있었던 팔을 풀고

남자의 다리를 잡은다음 거실 한 복판으로 매다쳤다.

남자는 거실 한 복판으로 나 뒹굴었다.

이래봐도 왕년에는 좀 날렸던 몸이었다.

이런것쯤이야 눈감고도 할수 있을 정도였다.










거실에 쓰러져 있는 남자를 보자 소연은 놀라며 남자에게 다가가려 하자

건우는 소연의 팔을 잡으며

"지금은 안돼요. 지금 가면 누나는 계속 매질을 당하며 살꺼에요."








소연은 어쩔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소연은 그래도 남자가 걱정되는지 시선이 자꾸 그쪽으로 향했다.








"사실대로 말하는게 좋을겁니다."

"으으윽..."

"좋게 말할때 부시죠. 참고로 말해두는건데... 제가 성격이 너그럽지 못하죠. 그래서 마음에 안드는 사람이 있으면 사시미뜨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말을 듣고 놀란건 남자가 아니라 소연이었다.

선하게 생겼는데 어떻게 저렇게 끔찍한 말을 할수 있지?

소연은 속으로 불안해 했다.








남자도 부들부들떨며 어쩔수 없다는듯이 입을 열었다.













"실은 소연이가 바람핀다는거 거짓말이었어요.

제가 일부러 가족들은 물론 동네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해서 소문낸거에요.

일부러 그런게 아니었어요.

소연은 전부터 주위에 남자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뒷전이었죠.

그래서 소연이 절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결혼해서 같이 살지만 그래도 불안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소연을 잡아두기 위해서 거짓말 한거에요.

그런데 소연이 이혼하자고 하는거에요.

그래서 그때부터 매질을 시작한거에요.

혹시 저몰래 이혼소송을 하지는 않을까?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어요.

그래서 미리 여기저기에 손을 봐 놨어요."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매질까지 할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누나가 만나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알면서 그러는 거에요?"






"만나는 사람들은 장인어른들 후배였어요.

거의 영화계쪽으로 종사하면서 이름을 날리는 사람들이었죠."





"장인어른이요?"






남자는 벽에 걸어진 정태석의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사진이 바로 장인어른 영정사진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누나와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러는거죠?

그냥 누나 아버님과 아는 사이이지 특별한 관계는 아니잖아요."




"저는 그냥 그런 사람들과 만나는게 싫었을뿐이에요.

저보다 잘생겼고, 돈도 많이 벌고, 능력도 있고....

그래서 불안했어요.

도저히 가만히 두고 볼수만 없었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까지 와 버렸어요.

절대로 처음부터 그런게 아니었어요."








"그럼 바람피지 않았다는건 확실한거죠?"









"그건 저도 모르죠.

제가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과 바람을 폈을지도 모르는데...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고 하잖아요.

앞으로는 착한척, 예쁜척 다하지만 뒤에서 무슨일을 할지 알아요?"







건우는 소연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소연의 얼굴은 이미 눈물 범벅이 되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누나가 말해보세요. 바람핀적 있어요?"







목이 메인 소연은 말을 하는거 대신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누나가 바람피지 않았다는점은 제가 보장하죠."





건우는 섣부른 행동을 하지는 않는것일까 생각했다.

여자의 사정은 본인 외에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선한 눈동자를 가진 소연을 믿기로 했다.

오늘 처음 만난 낯선 여자이긴 하지만

누굴 믿는다는건

언제 만났냐, 어디서 만났냐, 왜 만났냐, 어떻게 아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냥 무조건 믿는다는게 중요하다.

무조건...

아무런 조건없이...







사람을 믿는데 무슨 조건이 필요하랴...









건우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 둘이 화해 하시는 거죠?"












"....."












"둘이 대화가 필요할꺼에요. 오늘은 제가 옆에서 지켜볼테니 절대 폭력은 안돼요. 그리고 마음속에 하고 싶었던 말을 하세요."











남녀가 결혼해서 사는데 사랑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믿음이라는 아주 크고 힘든 장벽을 넘어야만

둘이 하나가 될수 있을것이다.








두 남녀는 건우가 잠든사이 많은 대화가 오고갔고...

건우가 밤새도록 코를 골며 자는 사이 그들은 한숨도 잠을 청하지 못했다.






< 여인의 삶> -끝-

 

 

 

 

 

 

 


< 거짓말>






다음날 아침.

건우는 오랜만에 단잠을 자고 일어났다.

그런데 집안 부위기가 어제와 다르게 사뭇 진지해졌다.

소연은 계속해서 건우를 주시하면서 남자의 눈치를 보고있었고

남자는 소연과 건우를 감시하는듯 했다.










"식사하세요."

소연은 어제와 다르게 얼굴색이 창백해 보였다.

불안해 하는 소연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모르게 누군가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무슨일 있으세요?"

건우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아침을 준비하는 소연에게 물었다.





"아뇨! 아무일도 없는데요."




별로 놀랄것도 없는데 소연은 깜짝 놀라하며 말했다.



그런 소연의 모습을 보고있던 건우는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뭔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거야...'

건우는 혼잣말로 속삭였다.

어쩐지 삼년동안 계속 맞고 지냈던 소연이 어젯밤동안의 대화로 저렇게 변했다는건 너무 이상해 보였다.

어제는 건우옆에만 있으면 불안했던 기색을 점점 감춰졌던 그녀였는데

하루아침에 건우를 보자마자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이니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건우는 아침을 먹고 혼자 정원에 나가 여기저기 훌터보았다.

그리곤 걸터앉을 수 있는 작은 바위위에 걸터 앉았다.

그리고 소연과 처음 만날때부터 천천히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거실 벽에 걸려진 5년전에 교통사고로 숨을 거둔 영화배우 정태석의 영정사진...



그는 분명히 5년전 불의의 사고로 자신의 부인과 함께 숨을 거뒀다.

그런데 그의 나이는 올해 42세로 중년급 배우...

그런데 소연의 나이는 올해 33세...

그럼 정태석이 몇살때 소연을 낳았다는 거지??

9살때?

그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럼 부인?

부인은 정태석과 같이 사고를 당해 즉사했다.





부인....


그런데 같이 사고를 당해 둘다 사망을 했다면

정태석과 정태석의 부인인 한미옥의 영정사진도 같이 있어야 하는데

같이 걸려 있지 않았다.

그저 정태석의 사진밖에 없었다.





부부사이에 무슨 않좋은 일이 있는것일까?





그러나 건우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정태석과 한미옥은 금술 좋은 부부였다.

다만 둘사이에 아이가 없는것만빼고....






아이??





맞다...


정태석과 한미옥의 사이엔 아이가 없었다.

정태석이 한미옥과 결혼하기전 다른 사람과 결혼한적이 없었다.

혹, 다른 사람과 스캔들이 난적도 없었던 배우였다.

그만큼 그는 완벽했다.











건우는 갈수록 이상해지는 소연과 정태석의 관계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소연과 정태석은 무슨 사이일까?


부부??

가족??

부녀??




....










그러고 보니 소연이 건우에게 고아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분명 고아라고 했었다.

고아인데....

어째서 정태석과 부녀사이가 되지??

양녀인가?

그런데 정태석이 소연을 양녀로 삼기엔 소연의 나이가 너무 많거나,

정태석 나이가 너무 적었다.










분명히 둘은 부녀사이가 아니다.

그럼 거실에 걸려진 정태석의 사진은 무엇일까?








혹시...

그 남자가 건우에게 거짓말을??









건우는 머리가 복잡한지 이마에 머리를 짚었다.

건우에겐 미열이 있는지 어지러움을 느꼈다.









다시 시작하자....











정태석...


영화배우....



올해 42세....


그것도 살아있었으면....










한미옥...




주부...




올해 40세...



역시 살아있었으면....








정태석이 25, 한미옥은 23, 둘은 대학 선후배 사이에서 연인사이로 발전한 사이였다.

정태석은 그때 당시 무명 영화배우로써 충무로를 전전하며 힘들게 살고 있었고,

한미옥은 부자집 외동딸로 손에 물 한방울 안묻히고 공주처럼 떠 받들며 살았었다.








둘은 부모님의 결혼허락을 받지 못한채 둘이서 반지하 월세로부터 신혼을 시작했다.

그리고 결혼한지 3년후 정태석은 영화 '굿바이'로 그의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일년후 정태석이 주연으로 바탁된 영화 '지킬수 없는 약속'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리고...

지금...



그는 부인 한미옥씨와 함께 하늘나라로 떠났다.














여기까지가 건우가 알고있는 전부였다.

그리고 한미옥에 대한 정보는 겨우 부잣집 외동딸이라는 것 외에는 어떤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바가 없었다.








그리고 중요한건 두 부부가 결혼한지 17년동안 아이가 없었다.

있긴 있었으나 세번의 유산으로 더이상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분명 소연의 남편이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남자가 건우에게 거짓말을 한것이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엇을 숨기기에 분명 거짓말을 한것이었다.









건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원 주변을 돌아다녔다.

한참을 정원주변을 맴돌고 있을때 뒤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건우는 감시하는듯한 시선이 여간 거슬리는게 아니었다.







아무렇지 않은듯 정원을 맴돌다 아까 자신이 앉았던 바위에 걸터 앉았다.











건우는 이집에서 일주일정도 머물기로 한 후 하룻밤이 지났다.







우연히 만난 매맞는 소연을 도와주기위해 그녀에게 친절해 대했고,

건우의 친절함에 그녀는 건우에게 자신의 곁에 있어달라 부탁했다.







그런데,

처음보는 남자에게 자신의 집에서 일주일만 머물러 달라 부탁한 소연 역시 이상하게 보였다.

도대체 무슨일이 있길래 저토록 맞고 사는 것일까?

그러면서도 남편에 대한 사랑은 지극했다.

무엇때문에 건우를 일주일만 자신의 집에 머물게 했는지 도저히 알수 없었다.












이런 돌머리....

쓸데없이 인심쓰다가 머리만 복잡해지고....








그냥 아무일 없는듯이 일주일동안 편히 지내다가 갈수는 없는 노릇이고...







답답할 노릇이다.












어쨌든...

분명히 소연은 무슨 이유로 남편에게 맞고 살았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젯밤사이에 안색이 창백해지고 불안한 기색을 엿보이는 그녀에게 분명 무슨 일이 있었다.

남편이 협박했을까?






밤사이에 분명 무슨일이 있는게 확실했다.






도대체 뭐라 말한것일까?

 

 

 



< 사랑과 눈물>








"아버지!! 제발 제말좀 들어주세요."

"들어볼것도 없다. 어디 할 짓이 없어서 배우가 된다는 거냐? 그렇게 할일이 없는거냐?"

"아버님. 저는 정말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배우가 되는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줄 아느냐? 너도 너의 동생들처럼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더이상 내게 배우가 되겠다는 말을 하지 말아라."

"아버지..."

"소연아 밥가져와라."








아버지는 아들의 부탁을 두말없이 무시해 버렸다.

배우가 된다는게 말처럼 쉬운것이 아니다.

아들은 끼도 있었고, 준수한 외모에 키도 컸지만

중요한건 시골집 장남이 서울로 나가 배우로 성공한다는건 여간 쉬운일이 않이었다.










"식사하세요."


막내동생이 아버지 밥상을 준비한 후 아버지 앞에까지 상을 들고왔다.


"오빠들 불러라."

"네."



막내가 오빠들을 불러모았다.




아들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밥상앞에 앉았다.

아버지는 아들의 표정을 보고 어두운 표정으로

"밥상앞에선 인상쓰는게 아니다."








막내가 두 오빠를 불러왔다.

세 아들과 막내딸, 그리고 아버지 이렇게 다섯가족이 모여앉아 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아버지는 계속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저녁을 먹고 있는 큰 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작은 아버지께 부탁했으니 내일 취직해라."

"아버지?"

"나는 너를 서울에 보낼 능력이 안된다. 그리고 니가 두 동생들처럼 특별히 공부를 잘하는것도 아니니 서울가서 쓸데없는 돈쓰지 말고 동생들 뒷바라지나 해라."




아버지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들은 믿을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

"니가 대학가서 지금까지 삼년동안 놀기만 했으니 너도 이제 일할때가 된것 같다.

대학은 그만둬라.

나머지 일년 반을 더 다녀봤자다.

대학에 가서도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연애질만 하고...

군대가서 말뚝박으라니깐 말도 않듣고...

태영이는 재작년에 법학과 수석으로 들어갈만큼 머리가 좋으니 태영이는 공부해서 최고의 검사가 될것이다.

태윤이는 올해 고3이다.

이번 모의고사에 전국 9등을 했다.

태윤이도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갈것이다.

둘다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녔지만 너는 공부도 못하고 뭐하나 잘한것도 없으니 취직해서 동생들 뒷바라지 해라.

막내도 고등학교 졸업하면 취직할꺼니 그리 알아라.

나는 평생 땅만 파며 어미없는 너희들을 지금까지 키우려하니 나도 지쳤다."




아버지는 조용히 자신이 할말만 하고 밥상을 물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석과 소연은 어느새 서로를 바라보며 시무룩해졌다.



"오빠... 내가 모아놓은 돈이 조금 있으니깐 서울로 올라가."

"소연아..."

"내가 살림하면서 아버지 몰래 조금씩 모아둔거야. 얼마 되지는 않지만

서울 올라가서 작은 방하나 얻을 수 있을꺼야. 그리고 언니랑 결혼했으면 좋겠어.

나 그언니 너무 좋아.

아버지가 아무리 반대해도 둘이 결혼해.

집걱정을 하지 말고..."





소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태석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돈은 나보다 니가 필요할것 같다."

"아냐... 오빠 난 아직 학생이잖아. 그리고 여자야. 난 아버지 말씀처럼 남자 잘 만나서 결혼하면 그만이지만

오빤 언니를 행복하게 해줄여면 돈이 있어야되.

그리고 배우로 성공해야되..."







태석은 아무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태석은 막내를 낳다가 돌아가신 어머니 대신해 소연은 업어가며 키웠다.

그래서 다른 동생들보다 정이 더 많이 갔다.

그런 오빠의 마음을 알기에 소연도 다른 오빠들 보다 비록 공부 못하고

언제나 아버지의 꾸중을 들으며 못난아들이란 소리를 듣긴하지만 큰 오빠인 태석에게 정이 더욱 많이 갔다.

소연은 여자라는 이유로 오빠들과 비교당하며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해 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공부는 뒷전이었고 대학은 꿈도 꾸지 못했다.











"오빠가 서울가서 성공하면 나두 데려가주면 되잖아."

"..."

"오빠... 꼭 성공하면 돼..."





태석은 소연이 준 돈을 가지고 아버지 몰래 짐을 챙겨서 서울로 올라갔다.




그리고 부모님의 허락없이 한미옥과 결혼을 했다.



한태석이 '지킬수 없는 약속'으로 스타덤에 오르자

막내동생을 자신의 집(서울)로 데리고 왔다.



아버지는 두 동생이 돌보니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소연은 한 남자를 데리고 왔다.

 

 

 

 


"형님. 저희 결혼을 허락해 주십시요."

"안돼. 절대 안돼."

태석은 소연과 남자의 결혼을 절대 허락할수 없었다.





태석의 나이 현재 37...

소연의 나이 28...

그남자의 나이 35...





그리고... 한미옥은 35...



남자와 한미옥은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이게 무슨 우연이었을까?

남자는 소연의 배우자로써 부적합했다.

한번의 이혼경력...

그리고 그는 제대로된 직장하나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한미옥 고교시절 그 남자는 학교에서 알아주는 깡패였다.

그런 남자를 도저히 소연의 배우자로 인정할수 없었다.









한미옥은 태석이 소연을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소연을 생각했다.

외동딸로 혼자 외로히 자란 미옥은 소연과 같은 여동생을 갖고 싶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자는 태석과 미옥에게 갖은 협박을 하며 결혼을 요구했다.

때론 미옥과 고교동창생이라는 이유로 손지검까지 해댔었다.

태석과 미옥은 절대 안된다고 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소연이 사랑하는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태석씨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경식이 말이에요. 일부러 아가씨에게 접근한거 같아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해?"

"네... "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소연이가 마음을 어떻게하면 돌릴수 있을지 걱정이야."

"그래요. 아가씨께서 경식이의 실체를 빨리 눈치채야 할텐데 걱정이에요. 그럼 제가 경식이가 우리 재산을 노리고 일부러 아가씨께 접근했다고 얘기 해볼까요?"

"그렇다고 소연이 믿어줄까? 아마 안믿을꺼야. 우리가 일부러 둘이 때어 놓기위해서 거짓말 하는줄 알꺼야."






태석과 미옥은 걱정스럽게 대화가 오고 가는 사이 경식은 방밖에서 태석과 미옥이 하는말을 엿들었다.




"그런데 팔에 이 상처는 뭐야?"



태석은 미옥의 옷자락속에 파랗게 멍들어 있는 상처가 보였다.





"글쎄. 경식이가 소연을 때릴려고 하는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제가 말리려다 이렇게 됐어요."

"뭐? 경식이 이자식이 소연이를?? 그런데 소연이는 왜 맞고만 있는거야?"

"둘이 이야기 하다 다투던 모양인데 소연이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거 같았어요."

"저자식 왜 우리집에서 나갈 생각을 안하는거야? 여기가 자기네 집이라도 되는것 마냥..."




태석은 짜증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아참. 이번 주말에 강원도에 안갈래?"

"강원도에요?"

"응. 이번 주말에 A방송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하는데 강원도에서 하는게 어떨까해서...

이번 영화도 거기에서 찍기로 했으니깐 같이 가서 답사도 할겸해서 가자."



태석의 권유에 미옥은 밝은 표정으로

"저야 당연히 좋죠. A방송이면 밝은분위기로 찍어야 하는데 당신 어떤 옷 입는게 나을까요?"

"음... 당신이 한번 마춰바."

"그래요. 오랜만에 강원도에 가네요."




미옥은 걱정스럽던 표정은 금새 사라지고 밝은 표정으로 장롱에서 태석의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밖에서 태석과 미옥의 대화를 엿듣던 경식은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차고로 내려갔다.

평소에는 매니저와 작은 소형차를 타고 다니지만

장거리 여행을 갈때 중형차를 타고 다녔다.

이번엔 장거리 여행을 갈꺼라 생각한 경식은 전에 써먹던 방법으로 차문을 열었다.

집안 차고로 차를 넣을땐 거의 차문을 열어놓았지만 왠일인지 오늘은 차문은 잠궈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 후....







정태석, 한미옥 부부 사망....

이라는 큰 타이틀로 전국 신문에 첫페이지를 장식했다.







물론 사고사로....







그를 알리 없었던 소연은 오빠와 올케언니를 잃은 슬픔을 억누를수 없었다.

자연스레 소연은 경식에게 기댈수 밖에 없었다.

태석의 모든 재산은 동생인 소연에게 되 물림 되었다.







그렇게 둘은 결혼을 하게 되었다.

아무도 반대하는 이없이...

시골에 계신 소연이의 아버지를 어떻게 꼬득였는지

아버지는 둘의 결혼을 반대하지 않았다.










경식은 계속해서 소연의 재산을 노렸지만

지금까지 재산을 빼돌리지 못했다.

소연은 자신의 오빠가 힘들게 모아온 돈을 손 쉽게 넘겨줄리가 없었다.

아무리 부부라 하지만

소연은 자신의 것을 절대 빼앗기지 않았다.

그 이유로 소연은 경식에게 맞고 살았고,

이혼을 요구했지만 바로 묵사발 되었다.









한번더 이혼을 요구할까봐 온동네는 물론 가족들에게까지

소연이 바람을 폈다고 거짓말을 한것이었다.









그런데 한미옥의 영정사진은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왜 정태석의 사진만 올라가 있을까?






그리고...







소연이 왜 건우에게 일주일동안만 자신의 집에 머물러 달라는 것이었을까??











건우는 계속 정원을 둘러보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정원에서 지하실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아냈다.

건우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것을 확인하고 지하실 입구로 내려갔다.

문은 굳게 잠겨있었지만

건우는 적당한 힘을 주고 문을 열수 있었다.









조금 어두웠지만 밖의 빛이 들어와 어느정도 주위가 보였다.



건우는 천천히 주위를 바라보며 지하실 안으로 들어갔다.

 

 

 


< 새로운 출발점>









주위를 둘러본 건우는 어머어머한 먼지들에 한번 놀랐고.

지하실 가득 고급스러운 가구들로 가득차 있는 것에 대해 한번더 놀랐다.

몇년동안이나 이 어둠속에서 지냈는지는 몰라도 이 고급스러운 가구들은 비전문가가 봐도 너나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감출수 없을만큼 아름답고 우아했다.

그리고 군데군데 작은 소품들이 나뒹굴고 있었고. 텔레비전. 오디오. 비디오등 가전제품들고 그대로 있었다.




전에 누군가가 사용했던 물건들처럼 보이는 이것들은 5년전에 한창 인기있었던 가전제품이었다.

건우는 당연히 이게 몇년전 물건인지 알리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기운에 이끌려 지하실 한 구석으로 걸어간 건우는

지하실 깊숙한곳에서 발을 멈추었다.



"다른것들은 그대로 있는데 이것만 천에 쌓여져 있네?"



이상한 형태로 하얀천에 쌓인 물건을 보고 건우는 의아해 하였다.

분명 가구나 가전제품의 모습은 아니었다.

옷가지들이나 침구들을 모아놓은것일꺼라는 생각을 하며 건우는 하얀 천을 벗겨냈다.

솔직히 그 천이 하얀색인지 아니면 검은색인지 분간이 안갈만큼 먼지속에 숨겨져 있었지만

그 먼지를 털어냈을때 하얗고 너무나 부드러운 천임을 알수있었다.








"비싼천인가? 꾀 부드럽네..."





건우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천속의 물건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하얀 천속에 있는것들은 다름이 아니라 책들이었다.

많은 전문서적들과 대본들... 그리고 많은 노트들이 지하실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우와... 서점에 있는 책들보다 더 많은것 같네..."



웅장하게 쌓여진 책들을 보며 건우는 감탄하였다.





건우는 책들은 하나하나 손으로 털어내며 어떤책인가를 살펴보았다.

솔직히 건우는 책이랑은 관계가 그리 많지않았기에

그냥 단순한 호기심에서 책들을 살핀것이지 읽기위해서 본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 중에 유난히 눈에 뛰는 노트가 있었다.



건우는 어떤 느낌에 휩쓸려 그 노트의 뚜껑에쌓인 먼지를 털어내고선 살며시 살펴보았다.


 

 



<10>





그 노트의 표지를 조심스럽게 걷은 건우는 첫장에 짧막한 메모를 발견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







건우는 다시 한페이지를 걷어나갔다.

그리고 그 곳에는 또박또박 쓰여진 글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지금껏 내 욕심만 채우며 살아왔다. 내가 하고 싶은것은 다 하면서

다른사람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지금에 와서야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너무나 죄스러워진다. 그리고 내가 보살펴줘야할 동생들에게도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겠다.

특히 소연이와 나의 아내 미옥이도....

나는 이 노트가 누군가의 눈에 띄게 되면 나는 지금 이 세상에 없을것이다.

아마 난 오래살 팔자가 아닌가 보다.

왠지 불길한 느낌이 자꾸 든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그곳엔 한태석의 자서전이라고 생각할만큼 그의 어렸을적 이야기들이 빼곡히 적혀져 있었다.

그리고 현재의 한태석의 심정들도 잘 표현되어 있었다.





건우는 노트를 조금만 훌터보고는 이 노트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노트를 가지고 무조건 신문사를 향해 뛰었다.













일주일전


소연은 아주 이상한 꿈을 꾸었다.

평소 언제나 자신에게 다정다감했던 오빠가 근심어린 눈빛으로 소연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단 한마디만 남기고 태석은 소연의 꿈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소연아. 내가 아주 중요한 손님을 너에게 좀 부탁할께. 일주일 후에 너의 집주변에서 만나게 될꺼야. 그 손님을 일주일만 부탁한다."







그리고 일주일 후.





우연히 소연은 태석의 말대로 자신의 집 주위에서 건우를 만나게 되었고

그에게 일주일만 집에 머물러 달라고 부탁했다.

건우역시 그 부탁을 거절 하지 않았다.









건우가 소연을 만날수 있도록 하늘에 있는 태석이 도운건 아닐까?














다음날 아침.




한태석에 대한 뉴스들로 신문이나 TV들이 떠들석 했다.

한때 대 스타였던 한태석이 의문의 죽음으로 팬들을 안타깝게 했던 기사들이 잘못된 기사였다며 떠들어댔고,

경찰들은 태석의 죽음에대한 일들을 풀어 해쳐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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