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끄적끄적

소설) 내가 나에게 하는 이야기

v아이네스v 2016. 6. 13. 18:34

 

제목 : 내가 나에게 하는 이야기

작가 : 아이네스

메일주소 : eunppo@hanmail.net

티스토리 : http://eunppo.tistory.com/

 

 

못쓴 글이긴 하지만 불펌금지인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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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2003년도에 쓴 소설이네요.

창피해서 다시 읽어보고 싶진 않지만

13년전에 내 열정은 그대로 간직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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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에게 하는 이야기




나는 아주것도 할줄 모르는 바보다.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고,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추고, 말주변도 없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날 싫어한다.

엄마도, 아빠도, 누나도, 형도, 친구도 날보면 모두 비우고 짜증을 낸다.

나도 이러고 싶진 않지만 자꾸만... 자꾸만... 용기가 없어진다.







오늘도 3학년 형에게 돈을 빼앗겼다.

엄마는 맨날 돈 타갈 궁리만 한다면 다음부턴 돈을 주지 않으시겠다고 한다.

눈물이 날것 같다.

내 자신이 너무 비참하다.

내 자신이 너무 싫어진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넌 왜 자꾸 그모양이냐?"

"왜요?"

"너 오늘도 지각했다며 너희 담임선생님께서 전화하셨다. 한두번도 아니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될때까지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거야!"


오늘도 지각했다고 담임 선생님이 엄마에게 전화를 한 모양이다.

이번달만 벌써 두번째 전화다.

난 일부러 그런게 아닌데...

형들이 자꾸 심부름을 시켜서 그런건데....

심부름을 하지 않으면 날 때리는데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우리형과 누나는 그래도 인문계에서 공부도 잘하고

좋은 대학에 까지 진학을 해 엄마를 기쁘게 해드렸는데

난 벌써 초등학교에서 부터 낙제였다.




그래도 예전에 주먹좀 썼었던 형에게 조언을 얻고자 했다.

형은 나에게

"야, 강수원. 누가 널 괴롭히면 그냥 면상 갈겨. 뭐가 꿀릴게 있다고 맨날 맞고 다니냐? 너보다 한살이 많다고 대수냐? 그냥 갈겨. 죽여버리라구!"

라며 싸우는 법까지 가르쳐 주었었다.

난 속으로 이번에는 절대로 맞지 않을꺼야.

절대로 안맞을꺼야.

당당하게 싸울꺼야.

맞기만 하는 바보는 더이상 하기싫어.

그러나 막상 그 형들 앞에만 서면 난 한마리의 순한 양이 되어버린다.





처음에는 날 위해 노력했던 형도 이젠 더이상 안되겠는지 포기 상태다.

"니 일이니깐 니가 알아서해. 나도 이젠 지치다."




내가 뭐 그러고 싶어서 그런것도 아니고...

내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이런 날 보며 원망도 많이 했다.




죽을려고도 생각 많이 했다.

그러나 죽는게 너무 두려웠다.

너무 무서웠다.



아니...


솔직히 죽을 용기가 없었다.

배짱이 없었다.







"수원아. 이번엔 성적이 좀 올랐니?"

몇년째 병석에 누워계신 할아버지께서 안쓰러운듯 말을 건네셨다.

"아뇨... 항상 제자리 걸음이에요."

"그러냐... 그래도 공부는 게을리 해선 안되는 거다."

"네..."






유일하게 나를 걱정해 주시는 사람은 할아버지 뿐이시다.

재작년에 할머니께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 자리를 피고 누우셔서

언제나 엄마 아빠의 골칫거리중 하나이시기도 했다.




골치서리중 1등은 당연히 내가 차지했다.




"할아버지... 저는 왜 이럴까요? 왜 이렇게 못날까요?"


난 매일 할아버지께 똑같은 말만 한다.

아니...

나도 모르게 똑같은 말만 나온다.



할아버지께선 웃으시며 똑같은 말씀 하셨다.

"사람은 다 똑같단다. 못난사람, 잘난사람은 없다. 다 똑같다. 다만 니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따라 잘난사람 못난사람으로 구분되는거다."

"...."

"수원아.... 넌 너를 못난사람으로 만들고 있어. 그러면 안돼. 그러면 넌 진짜 못난사람으로 만드는 거야."

"저도 노력 많이 했어요. 그런데 어쩔수 없어요."

"어쩔수 없다니?"

"공부를 열심히해도 성적은 오르지 않고, 3학년 형들에게 맞지 않을려고 싸움을 배워도 형들 앞에만 서면 무서워서 부들부들 떨기만 해요."



나도 모르게 내 가슴속에 있는 감정들이 북받쳐 올랐다.

진짜 어쩔수 없다.

정말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난 구제불능이다.

엄마 말처럼 난 구제불능이다.

아빠 말처럼 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이다.







다음날 난 엄마에게 한푼도 받지 못하고 등교를 하게되었다.

한발자국 한발자국 땔때마다

나의 심장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돈안가지고 오면 때릴텐데...

지난번에 돈 안가지고 와서 야구방망이로 맞았는데....

오늘도 야구방망이로 맞겠지?

아냐...

오늘은 더 무서운 무기(?)로 맞을꺼야....


어떻게 하지?

그냥 학교에 가지말까?

그러면 선생님이 엄마에게 전화하겠지.

그럼 또 엄마에게 혼날꺼야.

그럼 집을 나가 버릴까?

집나가면...

집을 나가면....

가출을 한다면....

집을 나가자...

그래 집을 나가는거야!


하지만 날 갈곳이 없어.

집이 아니면 갈곳이 없어.

돈도 없고. 잘데도 없고. 먹을것도 없어.


그냥 학교에 가서 선생님께 말씀드려볼까?

그럼 선생님은 나보고 못난이라그러겠지...

그것도 밖에 안되는 녀석이라 생각하겠지....

결국 형들이 내가 고자질 한걸 알아서 더 혼나겠지....




그럼 난?

그럼 난 어떻게 하지?






'수원아.... 넌 너를 못난사람으로 만들고 있어. 그러면 안돼. 그러면 넌 진짜 못난사람으로 만드는 거야.'




갑자기 할아버지의 말씀이 떠 올랐다.



난 나를 못난사람으로 만들고 있다고?

그러면 난 진짜 못난사람으로 만드는 거라구?



난 내 자신을 못난사람으로 만들고 있지 않아.

나도 노력하고 있다고!

다만...

내게 그럴 용기와 힘이 없을 뿐이야.





그냥 아프다고 해서 집에 가버릴까?

그냥....

집에 가버려?

그럼 난 항상 도망만 다니는 녀석이라고

형이 비웃겠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지?









벌써 학교 교문이 저만치 보이고 있었다.



내 심장을 시간이 갈수록...

학교와 가까워 질수록 더욱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손에는 땀으로 가득 차있고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고

어깨는 축 처지고

허리는 구부정하고

시선은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내 어깰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야! 강수원! 이자식이 몇번을 불렀는데 모른척 그냥 지나가냐? 이게 죽을려고 용을 쓴다."


3학년 형들중 한명이었다.




"못들었어요. 죄송해요."

"뭐? 못들었다구? 이게 어디서 구라까고 있어? 너 오늘 진짜 죽을려고 환장했구나!"

"그게... 아니...구요... 진짜..."

"이새끼가 어디서 지랄이야! 너 당장 따라와."


형은 내 교복이 찢어질 정도로 내 멱살을 잡아 당겼다.

이대로 따라가면 난 죽는다.

이대로 따라가면 난....

난...

난....



순간 울컥했다.

이렇게 죽고 싶진 않았다.

이렇게 비참하게 살다가 비참하게 죽고 싶진 않았다.


"이것 놔요!"


난 온 힘을 다해 내 멱살을 잡은 손을 뿌리쳤다.

너무 큰소리로 말했나?

저 멀리서 우리 바라보던 4명의 3학년 형들이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그중에서 제일 힘이 센 형이 주먹을 부끈 쥐는걸 느꼈다.

저 형에게 맞으면 최소한 중퇴일꺼야....


어떻게 하지?

도망갈수도 없고...





"야? 이자식이 방금 뭐라고 했냐? 이자식이 죽을려고 환장했구나."

내 멱살을 잡았던 형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형을을 향해 소리쳤다.

그중에서 제일 키가 큰 형이 비웃으면서 말했다.

"저자식 오늘 족쳐야겠다."





순간 난 온몸이 굳어 버렸다.

키가 큰 형은 그래도 그중에서 제일 점잖은 형이었는데

저런말은 처음 듣는 말이었다.



난 이대로 끝장나 버리는건 아닌지 너무 두려웠다.



저 멀리엔 명성상고 교문이 닫히고 있었다.




난 아무생각없이 무조건 교문을 향해 뛰었다.

그냥 온힘을 다해...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평소 달리기엔 소질이 없던 난

이 길이 아니면 살길이 없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더 빨리 뛰었다.




여기가 아니면 난 갈곳이 없다.

그래도 학교안에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난 안전할꺼야.

형들이 날 찾아와도 날 때리지는 못할꺼야.

그래 저 교문이 닫히기전에 죽을 힘을 다해 뛰자!






다행이었다.

교문이 닫히기전 난 교문안으로 들어올수 있었다.

뒤에서 날 쫒아 오던 형들은 교문에서 학생주임 선생님께 잡혔다.






하늘이 날 도왔다.

盡人事待天命 (진인사대천명)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나서 천명을 기다림.



갑자기 할아버지께서 나에게 해주었던 말씀이 생각이 났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그렇게 실천을 하면

난 분명히 해낼꺼야.

그럼 하늘도 날 도울꺼야.






갑자기 용기가 났다.

그저 그 형을 피해 학교 안으로 도망왔을뿐인데....

전에 같았으면 학교안에서도 그 형들이 두려워 벌벌 떨고 있었을텐데...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약간은 불안한 마음과 초조한 마음이 있었지만

기분이 좋아지니 수업시간에도 집중이 잘 되었다.





그래.

난 할 수 있어.

내가 아무말 안하고 계속 맞기만 하니깐 형들이 날 만만하게 보는 모양인데

이래봐도 형에게 배우 각종 무술(?)을 할줄 안다고.

온몸에 멍들도록 배웠는데

이렇게 써먹는 날이 올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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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나혼자 모든걸 설정하고 판단하고 결정해 버리는것이다.

그래서 다른사람이 나를 미워하는줄 알고 날 싫어하는줄 안다.

그리고 나에겐 목표가 없었고 사는 의미가 없었다.

그냥 시키는대로 하는것일뿐이다.

용기가 없었고 자존심이야 콩알만도 못하게 있었다.

믿을만한 사람에게 조언을 구할줄 몰랐고

언제나 나 혼자서만 판단해 왔다.

난 내자신이 아무것도 못하는줄 알았고

내가 진짜 바보인줄만 알았다.

진짜 구재불능인줄 알았고

진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인줄만 알았다.




나에게 진짜 필요한건

내가 할수있다는 자신감이었고

내 앞날을 위한 용기와 자부심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다 똑같다.

비록 생김새가 다를지라도

속 마음은 모두 똑 같다.

두려움도 많고, 슬픔도 느끼고,

힘들일고 있고, 외롭고, 괴로운일도 많다.

그러나 우린 그걸 이겨내야 한다.

언제나 그런것들에 매달려 살수만은 없는 일이다.

난 나만의 인생을 즐기기위해 태어난 것이다.






비록 처음은 힘들지라도

자신을 위해 노력을 한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수 있으리라 생각한다.